개각 이튿날인 9일 농림수산식품부는 술렁였다. 신임 유정복 장관 후보자 때문이다. 새로운 수장을 맞게 된 공무원들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농식품부가 특히 그랬던 것은 유 후보자가 현직 국회의원인 이유가 컸다.
사실 정치인 장관이 오면 장점도 많다. 공무원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업무 가운데 대국회관계가 수월해지고, 예산확보에도 보이지 않는 이점이 있다. 더구나 유 후보자는 내무관료 출신에 시장(김포시장)까지 거쳤기 때문에, 일반 정치인 출신 각료와는 달리 행정 경험도 풍부하다.
하지만 다른 장관 아닌 농식품부장관이기 때문에, 기대 보다 걱정이 앞서는 것 또한 사실이다. 농업만큼 정치인들의 입김을 많이 타는 분야도 없는 까닭이다. 농촌은 언제나 정치인들의 표밭이었던 탓에, 농업정책은 늘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곤 했다. 우리나라 농업과 농촌, 농민들이 천문학적 예산투입에도 불구하고,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한 이유 역시 정치논리의 과도한 개입 때문이었다.
농업분야는 지금 큰 개혁과 개방을 준비 중이다. 수 십 년 동안 정치적 이유로 때문에 손대지 못했던, 일종의 금기와도 같았던 영역에 과감히 메스를 가하려 하고 있다. 농협개혁과 쌀시장 전면개방(관세화)이 그 대표적인 예다. 농협개혁은 20년 전부터 거론되어 왔지만 번번히 '표' 앞에서 좌절됐던 역사를 갖고 있다. 쌀 관세화 역시 2004년부터 설득력 있게 제기됐지만, 농민반발을 의식한 국회의 벽을 끝내 넘지 못했다.
유 후보자가 장관 취임 후 가장 먼저 할 일이 바로 농협개혁과 쌀 관세화 작업이다. 만약 여기에 또 다시 정치적 잣대를 들이댄다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생각만해도 끔찍한 일이다.
유 후보자는 결국 국회로 돌아갈 몸이다. 그래도 재임 중에는 '정치인'보다는 '경제장관'에 방점을 꼭 뒀으면 한다. 국회의원으로서 장관경력이 추가되는 것은 큰 정치적 자산이 되겠지만, 그보다는 '어떤 일을 한 장관'으로 기억되는지가 더 중요할 것이다.
정민승 경제부 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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