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재오 의원만큼 신명 날 사람도 없다. 2년 만에 절치부심 국회의원에 복귀하고 10일 만에 특임 장관에까지 내정되는 경사를 누리고 있으니까. 여기저기 축하인사 받느라 얼굴에 웃음이 가실 틈이 없다. 이제 양손에 권력을 다시 잡았으니 그 동안 스스로 삼가고, 말을 아끼고, 홀로 발품을 팔아 낮은 곳을 찾아 다니며 귀를 기울이고, 몸을 낮췄던 '겸손'은 버릴 때가 됐다고 생각한 것일까. 지난 주말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말로는 '조심'을 강조해 놓고 과거 '독선'의 이재오를 거침없이 드러냈다. 하긴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 "재수생들을 없애야 한다. (대학에) 떨어진 애들 재수 삼수학원에 보내는데 다 사회적 비용이다. 우선 공장이나 농촌에서 일하게 해야 한다. 1,2년 일하고 그 성적 갖고 대학가라 이거야."그가 청년실업문제 해결방안의 하나로 언급한 부분이다. 이처럼 모든 것을 일 중심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의 법안까지 만들겠다는 말까지 했다. 청년실업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모르는 그의 근시안과 단순한 분석은 논외로 하자. 그것은 태도의 문제가 아니니까. 현실에 대한 인식과 발상이 어이없고, 타인에 대한 배려나 예의의 상실이 안타깝다.
■ 그는 재수생을 '놀고먹는 애'라고 모욕했다. 통계에 재수생도 '실업자'로 잡히니 그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그들이 엄청난 비용을 쓴다는 것도 그렇다. 1년에 재수생들에게 들어가는 사교육비가 무려 7,685억여원(2009년)이니 '엄청난 사회적 비용'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그들은 놀고 먹지 않는다. 대부분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재도전하기 위해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 지금 우리의 사회구조와 가치관, 노동현실 속에서 그들에게 "당장 입시공부 그만두고, 시골 공단에 가서 일하라"고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 참 정치인이라면 굳이 대학을 가지 않아도, 일류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떳떳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 한 번 실패했다고, 기회를 박탈하면서까지 사회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공산독재에서나 나올 법한 발상이다. 이 의원의 말에서 중국 마오쩌둥의 '하방(下放)'이 떠오른다. 인간은 누구나 보다 나은 삶을 지향할 권리가 있다. 누구도 그 기회를 뺏을 권리는 없다. 나도 재수를 했고, 아들도 오늘로 수능 100일을 앞둔 12만 재수생 중의 하나다.'커질수록 더욱 삼가라.'돌아온 '정권 2인자' '왕의 남자'가 새겨야 할 말이다.
이대현 논설위원 leed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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