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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상이몽' 한중 FT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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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동상이몽' 한중 FTA

입력
2010.08.09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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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사실상 시작됐다. 정부는 연내 사전협의를 거쳐 내년부터 본협상에 착수한다는 계획 아래 부처별로 준비에 들어갔다. 앞서 한중 양국은 5월 원자바오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FTA 체결을 위한 산ㆍ관ㆍ학 공동연구를 종료하고, 민감한 사안에 대해선 추가로 의견을 교환키로 하는 내용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어 지난달 제9차 한중 경제장관회의에서 기존의 일괄타결 방식이 아닌 2단계 협상 방식을 취하기로 합의했다. 1단계로 농업 등 민감한 분야를 먼저 논의해 접점을 찾고, 이어 2단계로 본격적인 협상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중국은 부수적 효과에 더 큰 관심

한중 FTA는 두 나라가 그 동안 각기 취해온 기존 FTA와는 다른 의미와 형식을 지닐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은 그 동안 일관되게 수준 높고 포괄적인 FTA 체결을 지향해 왔다. '거대 선진권과 높은 수준의 동시다발적 FTA'를 통해 경제적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이었다.

반면 중국은 거래 비용을 낮춰 경제적 개방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FTA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다양한 부수적 효과에 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해 왔다. 동아시아 지역통합에서의 주도권 확보(동남아국가연합ㆍASEAN), 에너지ㆍ자원ㆍ식량 보유국과의 관계 강화(칠레 호주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뉴질랜드 등), 미국이나 대만을 염두에 둔 복잡한 지정학적 고려(파키스탄 코스타리카), 중화경제권 공고화(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대만) 등이 그것이다.

중국의 주요 수출대상국 가운데 FTA 또는 유사한 경제협력협정을 체결했거나 논의 중인 나라는 중화권으로 분류되는 홍콩 싱가포르 대만 뿐이다. 한국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주요 교역국과의 FTA를 중시하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개방을 통한 경제적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는 우리와는 FTA 전략이 다른 셈이다. 때문에 일각에선 한중 FTA에 임하는 중국의 목표가 복잡한 미중 관계 속에서 이미 타결된 한미 FTA에 대한 대응이나 동아시아 주도권 확보, 한반도의 정치적 안정 등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한중 FTA가 중국에 갖고 올 경제적 효과 또한 무시할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이 지금까지 FTA를 체결한 국가들 중에서 한국은 경제협력 규모가 가장 큰 나라이기 때문이다. 중국 입장에서 한국은 미국 일본에 이은 3대 교역국이다. 특히 양국은 2만개가 넘는 한국기업의 중국투자를 매개로 긴밀한 분업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의 주력 산업인 전자 반도체 철강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은 중국의 미래육성산업이기도 한다. 중국이 그 동안 추진해 온 어떤 나라와의 FTA보다 더 실리적인 경제적 효과에 초점을 맞추는 협상이 될 수 밖에 없다.

한국 입장에서도 기존 FTA보다 훨씬 광범위한 경제적 효과가 단기간 내에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런 점에서 민감한 분야에 대한 사전협의는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 입장에서 가장 민감한 부문은 농수산물과 섬유 등 노동집약적 산업과 인력이동 부문이다. 높은 관세양허 수준과 넓은 협상범위를 내용으로 하는 강도 높은 FTA를 추진한다면 수혜계층과 피해계층이 뚜렷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농업ㆍ의학 등 인력이동 고려해야

특히 한국의 농수산업과 노동집약적 산업들은 구조조정 압력을 크게 받을 것이다. 이는 격렬한 저항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양국간 인력이동 이슈 중 한의사 문제는 이해집단의 반발을 가져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이런 측면에서 한국은 그 동안 추진해온 강도 높은 FTA 방식보다는 민감 분야를 제외하거나 낮은 관세양허 수준과 좁은 협상범위를 특징으로 하는 '낮은 수준의 FTA'를 고려해볼 만하다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 실무 부서인 중국 상무부와의 본격 협상 개시 이전에 고위급 대화 수준에서 이 같은 협상 플랫폼을 제안할 필요가 있다.

강승호 인천발전연구원 동북아물류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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