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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전투 임무 종결했지만 이라크 무장세력은 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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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 전투 임무 종결했지만 이라크 무장세력은 득세

입력
2010.08.0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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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2일 이달 말까지 이라크 주둔 미군의 전투 임무를 종결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미군 주도로 전후 이라크 질서확립과 무장세력을 소탕하는 이른바 ‘적극적인 전쟁’수행은 2003년 이라크전 개전 7년 만에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됐다. 미국 정부는 철군 스케줄에 따라 현재 주둔 중인 6만4,000여명의 병력 중 내달 초까지 이라크군 훈련요원 5만여명만 남게 되고, 이마저도 내년 말까지 전부 본토로 철수하게 된다.

하지만 악몽 같았던 이라크 주둔을 끝내고 돌아서는 미군의 심정은 개운치 못하다. 마치 미군의 전투임무 종료를 기다렸다는 듯 공세를 강화하고 나선 강경 수니파와 알 카에다 등 무장세력들 때문이다. 이들은 미군이 떠날 경우 지난 3월 총선 이후 5개월 넘게 새 정부가 구성되지 못하고 있는 정치 공백을 틈타 ‘무주공산’인 이라크를 즉시 전복시킬 태세다.

최근 무장세력의 공격을 살펴보면 이들의 속내를 파악할 수 있다. 무장세력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전투 임무 종결 발표가 나온 직후인 3일 선전포고라도 하듯 남부 쿠트시 등에서 자동차 연쇄 폭탄테러를 일으켜 이날 전국에서 42명이 희생됐다. 또 7일 레이먼드 오니어노 이라크 주둔 미 사령관이 전투 임무의 이라크군 이양을 선언하는 것에 맞춰 안바르주 라마디 지역과 팔루자에서 각각 차량폭탄이 터져 50여 명이 사망했다. 외신들은 미군의 출구전략이 막바지에 이르자 무장세력의 공격이 강화하는 상황을 놓고 “미군이 떠나면 치안 공백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며 향후 재건은커녕 이라크가 다시 대혼란에 빠질 게 분명하다고 입을 모은다.

9일 AP통신은 미군 전투병력 철수 후 이라크의 혼란을 부추기기 위해서 무장세력이 주요도시 교통경찰들을 집중 겨냥 사살해 도심에 공포를 조장하는 전술을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군이 없는 도심에서 교통경찰 마저 사라지면, 이는 곧바로 도시 마비로 이어져 정부 전복 등 무장세력의 정치적 목표 달성이 용이해질 것이라는 계산이다. AP는 “(미군이 철수하면) 권총 밖에 없는 교통경찰이 소음총과 자동화기로 무장한 테러집단에 완전히 노출될 것이다”며 “이라크 정부가 이들에게 순차적으로 라이플(소총)을 지급하고 있지만 폭탄테러까지 피하긴 역부족이다”고 전했다. AP는 “대상을 특정한 테러가 진행된다는 것은 아직 자체 군경이 단독으로 치안을 감당할 만큼 무장세력이 제압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워싱턴포스트도 8일자에서 “미군의 이라크 철군 계획이 착착 진행되고 있지만 폭력적인 급진세력의 조직력은 여전히 건재하다”며 패트릭 히긴스 미 특수군 사령관의 말을 인용해 보도했다. 히긴스 사령관은 “비록 급진세력의 지도자가 잇따라 사망하고 연합군의 돈줄 장악으로 세력이 크게 약화되긴 했지만 이라크 무장세력의 하위구조는 손상을 입지 않았다”며 “게다가 알 카에다와 이라크 토착 무장세력들이 힘을 합치고 있다는 정황을 수 차례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무장세력이 날로 세력을 확장하고 있지만, 이라크를 떠나는 미군은 공식적으로 “이라크 정부가 치안을 떠맡을 만한 충분한 능력을 갖췄다”며 별문제가 없다고 자신한다. 오디어노 사령관은 8일 미 ABC방송에 “이라크의 치안책임 이양은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난 20개월간 지속적인 준비 끝에 단행됐다”며 “이라크군의 치안능력은 무장세력에 맞설 수 있을 정도로 향상됐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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