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평민’으로 전락했다.
우즈는 9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애크런의 파이어스톤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에서 1996년 프로 데뷔 이후 최악의 스코어인 18오버파 298타를 기록했다. 대회 우승을 차지한 헌터 메이헌(미국ㆍ12언더파 268타)과는 무려 30타차가 났다. 예선을 통과해 전 라운드를 뛴 80명 중 공동 78위다. 우즈는 필 미켈슨(미국)이 공동 46위(3오버파 283타)로 함께 부진한 덕에 세계랭킹 1위는 간신히 지켰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드라이버와 아이언, 퍼트 등에서 총체적인 문제점을 드러냈다. 페어웨이 안착률(39.3%)은 80위로 꼴찌였다. 그린 적중률(48.6%)은 77위, 퍼트수(118개)는 69위에 그치면서 아마추어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줬다. 10번 출전해 7번이나 우승했던 파이어스톤 골프장에서 낸 성적표라 충격은 더 컸다. 4라운드 15번홀(파3)에서는 티샷을 잘못 날려 갤러리를 맞히는 어이없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지난 겨울 섹스 스캔들로 골프계를 뒤흔들었던 우즈는 성 추문 이후 심리적으로 위축된 모습이다. 필드에서도 예전처럼 폭발적인 샷과 자신있는 세리머니 등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 동안 우즈와 동반 라운드를 한 선수들은 ‘황제’의 기세에 눌려 스스로 무너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제는 우즈를‘종이 호랑이’로 바라보고 있다.
이번 대회에서 우즈와 동반 라운드를 한 재미동포 앤서니 김(25ㆍ나이키골프)조차도 AP통신과 인터뷰에서 “예전의 타이거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우즈가 데이비드 듀발(미국)의 전철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듀발은 1997년 3승, 1998년과 1999년 4승씩을 올리며 세계랭킹 1위까지 올라갔지만 지독한 슬럼프에 빠진 뒤 어느 순간 골프계에서 잊혀진 이름이 됐다.
하지만 우즈는 자신의 부활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우즈는 “아직 시간이 있다. 남은 대회에서 전환점을 모색하겠다”며 입술을 깨물었다.
우즈는 12일 개막하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 PGA 챔피언십에서 명예 회복을 노린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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