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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강 송파구여성축구단/ "공 차니 성격 밝아지고 다이어트 효과도 만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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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최강 송파구여성축구단/ "공 차니 성격 밝아지고 다이어트 효과도 만점"

입력
2010.08.09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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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전 서울 송파구 마천동의 인조잔디 축구장. 파란색과 흰색 줄무늬 유니폼을 입은 여성들이 센터서클에 모여 있었다. 가볍게 몸을 풀면서 축구공을 다루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다. 미니게임에 시작되자 날카로운 슈팅과 빠른 스피드, 정확한 패스까지 프로 선수 못지 않은 실력을 뽐냈다. 가끔씩 퍼붓는 소나기도 그들의 몸놀림을 더디게 하지 못했다. 푸른 잔디구장은 그들의 땀방울로 촉촉히 젖어가고 있었다. 다름 아니 서울 최강으로 평가 받는 송파구 여성축구단원들이었다.

송파구여성축구단은 1998년 4월 창단돼 올해로 12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20대에서 5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주부들로 구성돼 있는데 각자 가정을 꾸리느라 매주 3번밖에 합동 연습을 못한다. 하지만 신구 조화가 잘 이뤄져 올해 6월 열린 전국생활체육대축전 여성축구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제 4회 서울시장기 여성축구대회와 제 9회 여성가족부장관기에서도 나란히 3위에 올랐다. 이날 마천동 구장에 모인 선수들은 10월 초 열리는 문화체육관광부장관기 대회를 준비하기 위해 여름 휴가도 잊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창단 멤버인 김정희(50)씨는 축구단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은 베테랑이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고 있는 김씨는 2001년부터 주장을 맡아왔다.

“여자가 왜 하필 축구를 하냐고요. 일단 해보세요. 내가 패스한 공이 정확히 연결돼 골로 이어졌을 때 쾌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어요.” 김 씨가 말하는 축구의 매력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다수 생활체육이 좁은 실내에서 이뤄지는데, 축구는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뛸 수 있잖아요. 스트레스가 저절로 해소됩니다.” 김 씨는 주부들이 부족하기 쉬운 사회성을 높이는데도 효과가 크다고 했다. “정기적으로 모여 단체생활을 하다 보면 내성적인 사람도 활달한 성격으로 변해요.”

건강관리는 최고의 소득이라고 했다. 축구단을 이끌고 있는 김두선(40) 감독은 “다이어트 효과가 탁월합니다. 유산소 및 무산소 운동이 적절히 결합돼 체력 유지에 큰 도움을 준다고 선수들이 이구동성으로 말합니다.”

여성들에게 장점이 많은 운동이지만 수년 전만 해도 편견 때문에 애를 먹었다. 김정희씨도 10년 전 남편에게 축구를 취미로 하겠다고 하자 심한 반발에 부닥쳤다. “하다 하다 별 짓을 다 한다는 소리까지 들었어요. 하지만 제가 즐거워하고, 몸도 건강해지니 지금은 든든한 후원자가 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일반 시민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평소 여자축구 연습 경기를 많이 관람한다는 지역 주민은 “대단하다”는 말부터 꺼냈다. “공 있는 곳에 선수들이 우르르 몰리는 동네 축구 수준인 줄 알았는데 제 눈으로 확인해 보니 패스도 정확하고, 전술도 있고, 볼만 합니다.” 김정희씨는 휴식시간에 마시고 있는 식혜를 가리키며 “이것도 이웃주민이 고생한다고 무료로 제공한 것”이라며 흐뭇해했다.

최근 한국여자축구가 U-20 여자월드컵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여자축구에 대한 관심이 부쩍 커지고 있다. 등록선수가 고작 1,400여 명에 불과할 정도로 선수 층이 엷지만, 엘리트체육이 아닌 생활체육으로서의 여자축구는 의외로 뿌리도 깊고 저변도 넓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는 25개 자치구 27개 팀 900여명의 여자 아마추어 선수들이 축구를 하고 있다. 일부 자치구에는 50대는 물론 60, 70대 여성도 선수로 뛰고 있는 곳이 있다. 김두선 감독은 “여자월드컵 경기 후 축구단 가입을 문의하는 여성이 급증하고 있다”며 “여자축구가 생활체육으로 확실히 자리잡아 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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