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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이정희 민주노동당 신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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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 인터뷰] 이정희 민주노동당 신임 대표

입력
2010.08.08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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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울보라는데… 쌍용차 사태 등 사회에 대한 슬픔 탓"

대담 김동국차장

'첫 40대 최연소 여성 당대표' 로 최근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정희 민주노동당 신임 대표를 지난 4일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이 대표는 이날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민노당이 2012년 총선에서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민노당 세가 강한 울산과 창원을 수성해 2,3석을, 호남서 3,4석을 얻고 수도권에서 이번 지방선거 때와 같은 수준으로만 득표한다면 비례대표 의석을 합쳐 20석 이상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대표가 내세운 핵심 모토는 '유연한 진보'다. 그는 '유연한 진보'가 "다른 야당과 폭넓은 연대의 틀을 만들고 정책에서도 유연성을 보이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당내 '야권연대' 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있는 이 대표는 이날도 "2012년 총선 때까지 야권연대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공조의지를 재확인했다.

정부의 친서민 정책에 대해 "정부가 대책도 없이 대기업만 잘하라고 한다"고 꼬집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해선 "중단해야 한다"고 못박았고, 개헌 문제는 "노동3권이 후퇴할 수 있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취임한 지 10여일 지났습니다. 뭐가 다른가요.

"시작하자마자 워낙 큰 일(재보궐선거)을 치렀습니다.(웃음) 민주노동당에 대한 기대가 큰 상황이고 당원들의 활력도 커져 있습니다. 이것을 어떻게 계속 이어갈지 즐거운 상상을 해보고 있습니다."

-당원들이 이 대표를 선택한 이유가 뭐라고 보세요.

"취임사에서 우리 당이 '진심의 정치'를 시작했다고 했어요. (진보신당의) 분당 이후 2년 동안 고통스런 과정을 겪으면서 진보정당이 살아나가는 방법, 국민 속에 뿌리내리는 방법이 무엇인가에 대해 느꼈습니다. 그런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한 게 아닐까요."

-'종북세력'이란 비판을 듣는데요.

"주로 남북관계에서 그런 말을 듣고 있습니다. 하지만 당의 정책 기조는 6ㆍ15 남북공동선언을 어떻게 이행해 나갈 것인가, 남북 평화ㆍ협력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맞춰져 있어요. 또 6자회담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살아 계셨어도 모두 동의할 수 있는 수준이죠. 그런 내용을 어떤 표현이나 용어로 설득할 것인지에 대해선 충분히 고민할 겁니다.."

-하반기 정국의 가장 큰 현안은 뭘까요.

"역시 4대강사업 문제겠죠. 이대로 가면 2011년, 2012년 예산 관련해 국회에서 문제가 계속 될 수밖에 없어요. 대기업ㆍ중소기업 관계를 어떻게 풀 것인가도 중요한 문제죠. 6ㆍ2 지방선거에서 확인됐듯이 복지의 틀도 바꿔나가야 합니다. 특히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높이는 문제는 더 미루기 어렵습니다."

-혹시 4대강 사업 반대는 대운하에 대한 우려 때문입니까.

"남한강 가서 보니 강바닥을 다 파내고 있더군요. 강이라는 게 생명이 깃들어 살려면 낮은 곳도, 깊은 곳도 있어야 하고 범람하는 곳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거대한 배수로 파듯 강 밑을 파헤치는데 다시 생명이 깃들어 살 수 있겠습니까."

-최근 정부ㆍ여당이 내놓은 친서민 정책을 어떻게 보세요.

"2008년 말 중소기업 납품가협의제 논의 당시 중소기업 사업자단체에도 협상권을 주자고 했지만 정부 반대로 무산됐습니다. 지금 그 얘기가 다시 나오고 있는데, 정부는 여전히 카르텔이 될 수 있다면서 협상권은 못주고 신청권만 주겠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중소기업에 도움이 안되죠.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공적기금에서 5조원 규모의 서민금융 기금을 만들겠다고 하셨는데 고작 3,000여억 규모로 만들었습니다. 연체 기록이 한번이라도 있으면 그나마 대출을 안 해줍니다."

-2012년까지 야권연대 전략을 가져 갈 생각이십니까.

"7ㆍ28 재보선에서 잘 안 됐다고 포기할 문제가 아닙니다. 지방선거 때 힘 합친 것이 성과를 내 국민에게 보여져야 합니다. 4대강 사업도 경남이나, 충남 도지사에게 맡겨놓을 문제 아니라 야권이 힘을 합쳐 논의하는 국면을 만들어야 합니다."

-진보진영 통합에 대해선 어떤 입장이십니까.

"진보정당 통합은 2012년 총선 전에는 반드시 실현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당에서 공식 의결한 사항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빨리 시작하고 늦게 시작하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 4학년짜리 아들 둘을 두고 계시죠. 어떻게 키우세요.

"방임하는 편입니다. 제가 아이에게 요구하는 것은 '마음의 힘을 키워라' '천천히 해봐라' '할 수 있다' 정도입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크게 흔들리지 않고 크고 있어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아이 공부보다, 부모 불안 때문에라도 과외를 시키곤 하잖아요.

"과외 안 시켜요.(웃음) 공동육아를 하면서 아이들 공부를 고민하던 때, 부모들끼리 함께 공부하면서 가슴에 남은 글귀가 있어요.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정치에 나선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원래 관심이 없었어요. 2008년 3월, 변호사 사무실을 접고 새로운 진로를 모색 하던 때 민노당에서 제안이 왔어요. 당시는 분당으로 고양이 손이라도 도와야 될 만큼 당이 어려운 상황이었죠. 굉장히 짧은 시간에 결정한 셈입니다."

-정치인 롤모델이 있습니까.

"강기갑 전 대표는 성찰, 헌신, 결단이 삶의 전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수도자 같은 분이죠. 이해찬 전 총리는 시각이 넓고 경험이 많아 어느 조직을 이끌어도 안심이 되는 분이구요. 한명숙 전 총리도 선거 때 함께 일하면서 맘 속 깊은 곳에 강한 힘이 있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됐죠."

-'울보 이정희'라는 별명이 붙었는데 화가 나서 우셨나요 아니면 슬퍼서 였나요.

"노무현 대통령 돌아가셔서 빈소에 갔을 때는 정말 화가 났습니다. 그때를 빼고는 다 슬퍼서 운 것 같아요. 가장 슬펐던 것은 작년 8월 쌍용자동차 농성 사태 때였던 것 같습니다. 농성이 끝나 다들 농성장에서 나왔는데, 굴뚝에 올라갔던 두 분이 내려 오지 못했어요. 하도 오래 서 있다 보니, 다리에 힘이 풀려 내려오지 못해 결국 헬기가 로프로 끌어 올렸죠. 그 광경을 공장 밖에서 보면서 한참 울었습니다. 한국사회에 아직도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당 소속 단체장들에 대한 기대가 있을 텐데요.

"이번에 책임을 맡은 지자체가 3곳입니다. 주민참여예산제와 어린이ㆍ유아에 대한 무상예방접종 시행으로 지방자치 성과를 만들어 갈 겁니다. 지방공동정부를 성공시켜 '민노당이 책임지면 바뀌는구나'라는 말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정리 이동현기자

■ '은평을' 야권 패배 이유

"민주노동당은 힘이 부족했고, 민주당은 자기 것을 내놓으려는 생각이 별로 없었고, 국민참여당은 일정한 지지율에 도달하기까지는 협상에 응할 생각이 없었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지난 7ㆍ28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서 야권연대가 실패로 돌아간 이유를 이렇게 진단했다. 협상에 관여했던 야3당 가운데 누구도 선거패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민주당의 책임이 가장 컸다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그는 "민주당이 이번 재보선은 8곳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야권연대 논의가 어렵다고 하는 바람에 협상 자체가 늦어졌다"며 "특히 선거 일주일을 남기고서는 민주당이 (은평을) 선거를 포기했나 하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말했다.

정식협상에 돌입한 이후로는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기싸움이 걸림돌이었다. 이 대표는 "마지노선으로 정한 선거 전주 금요일(7월23일) 밤까지는 결론을 내자고 했으나, 참여당 때문에 하루를 끌었고 참여당이 해보겠다고 하니 민주당이 다시 하루를 끌어 결과적으로 단일후보를 월요일(7월26일) 발표하고 말았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그러면서 "이번 선거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야권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뿌리가 같은 민주당과 국민참여당의 합당 필요성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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