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광 다이오드(LED) 업계에 사파이어 쟁탈전이 치열하다. TV, 조명 등에서 저전력 친환경 제품으로 각광받는 LED의 소재를 사파이어로 만들기 때문이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TV와 조명 등으로 LED 수요는 날로 증가하는데 핵심 소재인 사파이어 결정체(잉곳)와 사파이어 원판(웨이퍼)이 부족해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사파이어 잉곳은 공업용 사파이어를 가공한 결정체이다. 이를 둥근 원판 형태로 얇게 썰어 놓은 것이 사파이어 웨이퍼이며 여기에 반도체처럼 회로를 입히면 전류가 흘러 빛이 나는 '빛의 반도체' LED가 된다. 사파이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단단하고 열에 잘 견디며 전기적 특성이 회로와 잘 맞기 때문이다.
잉곳과 웨이퍼 등 사파이어 소재가 부족한 이유는 공급 업체가 적은 탓이다. 잉곳은 세계적 수준의 공급처가 미국의 루비콘과 러시아의 모노크리스탈 등 두 군데에 불과하며 국내에서는 사파이어테크가 유일하다. 이들로부터 잉곳을 사들여 웨이퍼를 만드는 국내 업체도 일진디스플레이, 크리스탈온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삼성LED, LG이노텍 등은 이들이 공급하는 웨이퍼를 사들여 LED를 만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파이어 잉곳은 부르는 게 값이며, 웨이퍼 값 또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웨이퍼의 경우 한 매당 15~20달러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00% 올랐다. 일진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올해 2분기부터 사파이어 웨이퍼 가격이 급등했다"며 "업체들의 증설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에나 가격이 안정화 될 전망이어서 당분간 계속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사파이어 잉곳과 사파이어 웨이퍼 생산에 뛰어드는 업체들도 늘고 있다. 일진디스플레이가 사파이어 잉곳 생산에 뛰어들었으며, 140억원을 투자해 웨이퍼 생산 시설도 늘렸다. 올해 3월 사파이어 웨이퍼 생산업체인 크리스탈온을 인수한 한솔LCD도 300억원을 들여 사파이어 잉곳 생산 시설을 갖추고 올해 안에 본격 생산할 예정이다.
그만큼 삼성LED, LG이노텍 등 LED 제조업체들은 원가 상승에 대한 부담이 크다. 원가 상승분이 가격에 바로 반영되는 것이 아니어서, 최대한 생산비를 낮추는 것이 관건이다. LED 제조 업체들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원가를 낮추기로 하고, 우선 웨이퍼 크기를 늘리기로 했다. 현재 삼성LED는 4인치, LG이노텍은 2인치 웨이퍼를 사용하고 있으나 이를 모두 6인치로 확대할 방침이다. 웨이퍼가 클수록 더 많은 LED를 만들 수 있으며 생산단가도 그만큼 떨어진다.
삼성LED와 LG이노텍은 3분기 중에 각각 일진디스플레이와 LG실트론 등을 통해 6인치 웨이퍼를 공급받아 LED를 만들 예정이다. LG이노텍 관계자는 "해외 LED 제조업체들은 아직도 1,2인치 웨이퍼를 사용하는 곳이 많아 국내업체들이 웨이퍼 크기를 6인치로 늘리면 생산성과 원가 부문에서 경쟁력이 월등히 향상된다"며 "그만큼 웨이퍼 등 원자재 인상 부담도 덜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LED 소재 가격은 올랐지만 LED TV, 조명 등 제품 가격은 바로 오르지 않을 전망이다. 삼성LED 관계자는 "LED는 LED TV나 조명 등에서 부품의 한 부분일 뿐이어서 LED 소재 가격이 올라도 제품 가격이 바로 오르지 않는다"며 "웨이퍼 크기가 커지면서 LED 생산량이 늘면 LED 공급가도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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