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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작가 박상·윤이형 '소년 소녀 소시지'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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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 작가 박상·윤이형 '소년 소녀 소시지' 연재

입력
2010.08.08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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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웹진 문지(webzine.moonji.com)에 지난달부터 2명의 작가가 함께 집필하는 소설이 연재되고 있다. 일본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함께 쓴 장편 등 전례가 없진 않지만, 흔히 ‘골방의 작업’으로 여겨지는 소설 창작이 공동으로 진행되는 것은 드문 일. 이 특별한 작업의 주인공은 결혼 3년차의 부부 소설가 박상(38ㆍ왼쪽), 윤이형(34)씨다.

이들은 ‘소년 소녀 소시지’라는 공동 제목 아래 매주 1회씩 번갈아 소설을 연재하고 있다. 박씨는 어머니와 다름없던 고모의 죽음을 악플로 모독한 이들을 하나씩 찾아가 사적(私的) 복수를 가하는 고등학생을 주인공으로 세웠다. 박씨가 자기 연재분 소설에 단 소제목은 ‘이런 십팔 세 소년’.

유머러스하고 활달한 필치로 빠르게 이야기를 전개하는 남편 박씨와 달리, 윤씨가 ‘백한번째 소녀’라는 소제목으로 연재하는 소설은 정체를 금방 파악할 수 없는 두 여성을 화자로 세워 호기심을 일으킨다. 한 집에 사는 이들 중 나이가 많은 ‘널’은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인터넷 악플을 달고,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소녀는 3년 전 저지른 일 때문에 해코지 당할지 모른다는 망상에 시달린다. 8일 현재 10회분이 연재된 ‘소년 소녀 소시지’는 소년이 악플 게시자를 응징할 때 무기로 쓰는 소시지를 사러 마트에 갔다 그곳에서 일하는 소녀와 조우하면서 두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엮일 태세다.

박씨는 “1회분을 쓰기 위해 서너 시간씩 머리를 맞대고 회의하고, 원고가 나오면 다시 토의를 거쳐 수정한다”며 “연재 전 작품 구상을 하면서 좀체 합일점을 찾지 못했을 땐 서로 추구하는 문학이 너무 다르다, 공동 창작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하는 후회도 들었다”고 말했다. 소설 제목은 거듭된 마라톤 회의 끝에 두 사람이 서로의 작품에서 공유할 3가지 소재를 겨우 합의한 기념으로 지었다고.

어려운 작업인 만큼 보람도 크다. “즉흥적인 생각을 반영하며 이야기를 전개하는 걸 선호하는 편인데, 윤이형은 꼼꼼히 구상을 마친 뒤에 쓰기 시작한다. 함께 작업하며 문장과 내용의 긴장감과 밀도를 얻는 방식을 배우고 있다. 친구들이 ‘박상이 차분해졌어’라고 말해줘서 좋다.”(박상) “박상 작가는 글쓰기에 대한 열정이 커서 망설이는 내 등을 밀어줄 때가 많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절대 화해가 안될 것 같은 점도 발견하지만, 대화를 하며 서로를 조금씩 알게 되는 것 같다.”(윤이형)

“소년과 소녀의 자기 극복을 빙자한 멜로물”이라고 공동 창작 소설을 소개한 두 사람은 각자 중편소설 분량인 원고지 300~400매씩 연재한 뒤 한 권의 책으로 묶을 예정이다. ‘공동 경장편’쯤 되겠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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