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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에 숨 막혀" 모스크바 탈출 러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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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가스에 숨 막혀" 모스크바 탈출 러시

입력
2010.08.0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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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년래 최악의 고온현상으로 비롯된 러시아 중서부 지역 600여 곳의 산불이 수도 모스크바의 숨통을 조이고 있다.

지난 1주일가량 모스크바 시내를 뒤덮은 산불 연기로 일산화탄소(CO) 농도가 기준치의 6.6배까지 치솟으면서 시민들은 물론 오스트리아, 폴란드, 캐나다 정부의 주재 대사관 직원들이 도시를 떠나고 있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이미 유독가스 농도가 사람이 견딜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경고했다. 산불이 핵 시설에도 접근하면서 방사능 유출을 우려한 경계령이 내려졌으며, 일부 핵 물질은 안전지대로 옮겨졌다.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7일(현지시간) “지난 24시간 동안 290곳에서 새로 산불이 일어나는 등 러시아 중심부를 향해 산불이 계속 번져가고 있다”고 우려했다. 러시아 당국은 산불이 수도권까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모스크바 남서쪽에 소방관 1,000여명을 급파하는 등 산불진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불길이 줄어들었다는 소식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현재까지 공식 피해 상황은 사망 52명, 이재민 4,00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산화탄소와 분진으로 최고 5,000명 이상이 사망했다는 절망적인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인구 1,000만명의 모스크바 시내는 산불연기를 피해 실내로 숨어드는 시민들과, 비교적 안전한 동쪽 지방으로 탈출하려는 사람들로 아비규환이 빚어지고 있다고 8일 외신들이 보도했다.

AFP통신은 “도시를 떠나려는 사람들이 이미 표가 매진된 기차역과 대부분의 항공편이 결항한 공항으로 몰리면서 수 천명이 무작정 교통편을 기다리는 대혼란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산불연기로 수백 미터 앞도 보이지 않게 된 모스크바 도심에선 의료용 마스크와 겉옷으로 얼굴을 가린 채 걸음을 재촉하는 관광객과 생계를 위해 일터를 떠나지 못하는 소수의 시민들만이 눈에 띄는 정도다. 한 여성은 “더 이상 유독가스를 참을 수 없지만 일자리를 잃을까 두려워 시내에 머물고 있다”며 “지하철은 물론 모든 건물 내부에도 연기가 들어와 숨을 쉴 수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모스크바는 기상조건까지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 상황은 계속 악화하고 있다. 기상당국은 금주 내내 40도 가까운 고온현상이 이어지고, 주요 산불 발생 지역에서 모스크바를 향해 부는 바람도 계속되겠다고 예보했다. 영 일간 인디펜던트는 “모스크바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의 방향이 바뀌지 않고 있어, 유독물질이 모스크바 시내로 계속 유입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현지언론들은 당국이 모스크바 동쪽 약 350㎞ 지점에 위치한 사로프 핵 시설을 산불로부터 지키기 위해 군인들을 동원, 수로를 파는 등 화재가 자칫 핵 참사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로프 시설은 1949년 구 소련이 최초의 핵폭탄을 제조한 곳으로 아직 상당량의 핵 물질이 남아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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