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간 국세청은 비상체제였다. 전임 청장들의 잇따른 불명예 퇴진으로 국세청의 권위와 명예는 떨어질 대로 떨어졌고, 지난해 7월 반년에 걸친 청장공백사태 끝에 마침내 대통령 측근 실세이자 비(非)세정 전문가인 백용호 전 청장(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투입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게 됐다.
때문에 이번 8ㆍ8개각에서 이현동 현 차장이 청장 후보자로 내정돼 ‘내부승진’ 전통을 되찾게 된 것은 국세청이 1년간의 비상체제를 벗어나 정상체제로 복귀한다는 의미를 갖는다.
이현동 후보자는 누구?
이 후보자는 이미 1년 전부터 ‘차기 청장 후보 0순위’로 예상됐다. 백 전 청장은 취임 후 당시 서울지방국세청장이었던 이 후보자를 2인자(본청 차장)으로 임명했고, 이 때부터 국세청 주변에선 “승진은 시기의 문제일 뿐 차기 청장으로서 이 차장의 적수는 없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국세청 간부는 “이번만큼 국세청장 하마평이 없었던 적도 없었다. 아마도 모두가 이 후보자의 승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후보자로서도 부담스런 부분은 있다. 일각에선 그가 현 정부 지지기반인 대구ㆍ경북(TK) 출신이고, 이명박정부에서 승승장구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그는 현 출범과 함께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쳐 청와대 파견(2008년3월)→본청 조사국장(2008년6월)→서울청장(2009년1월)→본청차장(2009년7월)→국세청장(2010년8월)까지 2년반 동안 거침없는 승진가도를 달려왔다.
하지만 이 기간 중엔 ▦전임 한상률청장이 돌연 하차했고 ▦이후 개혁차원에서 고위직의 대대적인 물갈이인사가 있었으며 ▦이로 인해 이 후보자뿐 아니라 다른 고위간부들 역시 빈 자리를 메우는 차원에서 조기승진이 이뤄졌다는 게 국세청 측의 설명이다. 사실 지금까지 고속승진에도 불구하고 그를 둘러싼 인사 잡음은 없었으며, 백 전 청장 시절에도 전혀 ‘오버’하지 않고 철저하게 2인자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다.
이 후보자에 대한 내부 평판은 꽤 좋은 편이다. 한 고위간부는 그를 “전형적인 실무적 스타일”이라고 평했고, 또 다른 간부는 “아주 소탈한 성격의 소유자로 청문회에서도 큰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과거 국세청장에게서 풍겼던 ‘권위주의적 카리스마’는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는 게 한결 같은 평가다.
만만치 않은 과제들
내부승진 청장 임명에 국세청 분위기는 환영일색이지만 이 후보자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어쩌면 전임 청장보다도 더 힘든 과정이 예상된다는 평가다.
국세청 간부출신의 한 인사는 “만에 하나 옛날 같은 비리나 잡음이 나오면 당장 ‘내부 청장 체제로 가니 국세청이 또다시 옛날 스타일로 돌아 갔다’는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며 “전임 청장 때보다 더 개혁적이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때문에 이 후보자 역시 직원들에게 백 전 청장 때보다도 더 깨끗하고, 더 개혁적인 자세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발표된 세정개혁 프로그램 이행을 철저히 챙기고, 내부기강의 강도도 훨씬 높일 것으로 것이란 관측이다.
또 하나의 과제는 외풍차단. 백 전 청장의 경우 실세로서 외부청탁을 물리칠 만큼의 힘을 가졌고, 이 같은 바람막이 역할을 통해 좌초 직전의 국세청 조직을 빠르게 안정시킬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후보자 역시 결국은 세무조사나 인사와 관련된 외부의 요구를 얼마나 막아내느냐가 성패를 좌우할 것이란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손재언기자 chinason21@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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