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경쟁사회의 특징을 제로섬(zero sum) 사회라고 한다. 사회가 공유하는 자산의 총합은 같고, 이 제한된 자원을 사회 구성원들이 나누어 갖는다는 것인데, 누가 더 많이 가지면 다른 이는 덜 가질 수밖에 없는 사회이다. 하지만 이 틀로 접근할 수 없는 비제로섬(non zero-sum) 사회도 있다. 이런 개념의 대표적인 예로 (Prisoner's dilemma)라는 문제가 있는데, 원래 게임이론이라는 수학이론에서 파생했다.
게임이론은 애초에는 수학자들에 의해 연구되었지만, 지금은 경제학이나 사회학 등에서 광범위하게 쓰인다. 지금까지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중에서 8명이 게임이론 관련 연구업적으로 상을 받았을 만큼, 그 미친 영향이 대단하다. 한국에서도 상영된 영화 의 실제 주인공인 존 내시 박사도 수학 박사논문으로 제출했던 게임이론 업적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죄수의 딜레마 문제는, 죄수 두 명이 검찰에서 심문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출발한다. 이 죄수들은 주요 범죄의 공범인데, 증거가 부족해서 자백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검사는 자백을 얻어내기 위해 양형타협(plea bargain)을 사용하기로 결심한다. 두 개의 방에 따로 격리된 죄수를 각각 방문한 검사는 제안을 한다. 만약 당신이 자백을 하고 다른 죄수가 자백하지 않는다면, 당신은 풀려나고 다른 죄수는 10년형을 선고 받을 것이다. 반대의 경우는 당신이 10년형을 받고 다른 죄수는 풀려난다. 만약 두 사람 모두가 자백한다면, 둘 다 법정에서 정상참작으로 5년형씩을 선고 받는다. 두 사람 모두 끝까지 자백하지 않는다면 이 사안으로는 유죄선고가 불가능하지만, 무기소지 같은 죄명으로 각각 6개월형을 선고 받을 것이다.
두 죄수는 고민에 빠진다. 상대방이 어찌할지 모르니, 자기의 이익만을 염두에 두면 무조건 자백하는 게 자기에게 이익인 것으로 보인다. 상대가 자백 안 하면 자기는 풀려나고, 상대가 자백해도 5년형이니 최악은 면하지 않는가? 괜히 버티다가 상대가 자백하면 10년을 살 수도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두 죄인으로 이루어진 하나의 사회를 생각한다면 다른 얘기가 된다. 둘이 협력해서 버티면 둘 다 6개월 만에 나가니, 사회 전체의 총 형량은 1년에 불과하다. 다른 경우에는 사회 전체의 형량이 10년이다. 물론 두 죄수는 자신의 이익을 국지적으로 최적화(local optimum)하는 데에만 관심이 있겠지만, 개인적 이익을 조금 손해 보는 게 사회 전체의 이익을 최적화하는 상황인 것이다. 제로섬 사회에서는 구성원이 각자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노력해도, 얻는 자와 잃는 자가 있어서 사회 전체의 이익은 동일하다. 하지만 죄수의 딜레마 상황에서는, 구성원의 협력에 의해 사회 전체의 이익이 증가할 수 있다.
이러한 죄수의 딜레마 사회의 예는 아주 많다. 핵무기 개발에 열을 올리는 강대국들로 구성된 사회도 이런 예이다. 다른 국가가 핵무기 보유를 늘리면 자기도 늘려야 하지만, 상호 협력해서 적절한 수준으로 조정하면 세계로는 이익이다. 노동자와 사용자를 구성원으로 한 사회도, 각자의 이익만 극대화하면 사회 전체는 잃는 게 더 큰 대표적인 비제로섬 사회이다.
모든 것을 경쟁논리로 보고 제로섬 사회의 시각으로 접근하면, 사회구성원의 반목이 심화되고 사회 전체의 이익은 감소한다는 것을 게임이론은 명쾌히 설명한다. 이제 우리 사회도 제로섬의 단순논리에서 벗어나야 하지 않을까?
박형주 포스텍 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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