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화퇴어장 주변엔 오징어가 없어. 없는 고기를 찾아 헤매다 보면 자칫 모르는 사이 경계를 넘어설 수도 있지.”
8일 오후 동해 대화퇴어장 인근 해상에서 조업하던 오징어 채낚이 어선 55대승호가 북한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침범한 혐의로 북한으로 나포됐다는 소식을 접한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동해어업지도사무소 관계자는 안타까움에 혀를 찼다.
대승호는 1일 경북 포항시 동민항을 출항, 다음 달 10일께 귀항할 예정이었으나 만선을 꿈을 안고 들어간 대화퇴에서 고기가 없자 이곳저곳 낚싯줄을 드리우다 북한 경계를 넘은 게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온다.
농수식품부 등에 따르면 최근 동해안 수온이 예년보다 2도 가량이나 낮아 대화퇴어장에는 오징어 어군이 형성돼 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조업을 하러 들어간 어선도 대승호를 포함해 2척 정도에 불과, 한국 어선들의 조업을 관리하는 어업지도선도 이곳에 파견하지 않았다. 당시 어군은 독도와 울릉도 사이에 몰려 어업지도선도 이 수역 관리에 집중했고, 대신 대승호와는 하루 2차례의 정규 위치보고 교신만으로 관리했다. 이에 따라 포항어업정보통신국이 대승호로부터 7일 오후 6시30분께 위치를 보고했으나 추가 위치보고 시간인 8일 오전 5시30분에는 통신이 안 이뤄졌다.
대승호가 고기 없는 대화퇴어장을 찾은 것은 왜일까. 대화퇴어장은 동해 북쪽 러시아어장의 입구이면서 오른쪽은 일본, 왼쪽은 북한 EEZ가 경계다. 현재는 대화퇴어장 위쪽 러시아 수역에 어군이 형성돼 한국 어선이 50~60척이나 들어가 있으나 상당한 입어료(고기잡이 허가 비용)를 내야 해 영세한 개인 선주로선 큰 부담을 느끼게 마련이다.
그래서 대승호는 대화퇴어장이라도 찾은 것 같다. 어획량 격감으로 흔하던 동해 오징어가 금값이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노량진수산시장에서 판매하는 오징어는 보통 크기가 한 마리에 2,000원 정도로 지난해 8월보다 33%, 2008년에 비해서는 무려 240%가 올랐다.
동해 수온이 낮아진 것이 오징어 어획량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인데 특히 영세 어선들의 어획량이 30% 이상 줄었다. 지난달부터 동해안 해수면 온도가 22~23도로, 거의 예년 수준을 회복했지만 오징어 구경은 쉽지 않다.
중국의 쌍끌이어선들이 입어료를 내고 북한 수역 오징어를 싹쓸이하는 것도 이유다. 농수식품부의 잠정 집계에 따르면 2004년부터 북한 수역에서 조업을 하고 있는 중국 어선은 500척을 넘어 동해안 전체 한국 어선과 맞먹는다.
한편 대승호 소식이 알려지자 동해안 어민들은 지난해 발생한 연안호 사건을 떠올리면서 긴장하고 있다. 가족들의 걱정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대승호 선장 김칠이(58)씨 가족들은 “대화퇴어장에서 15년 이상 조업해 왔는데 실수하다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부산=목상균기자 sgm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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