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애그플레이션'(agflationㆍ농작물과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3위의 곡물수출국인 러시아가 130년 만의 극심한 가뭄으로 수확량이 감소하자 연말까지 밀 보리 호밀 옥수수 등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밀 국제가격은 최근 두 달 새 80%나 치솟았고, 옥수수 보리 등도 올 들어 30~70% 올랐다. 원당도 산지인 브라질의 이상기후로 인해 2개월 전에 비해 30%가량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풀린 풍부한 유동성과 투기자금이 국제 농산물 시장으로 계속 유입되고 있어 국제 곡물 가격은 하반기에 더 강세를 보일 것으로 우려된다. 여기에 미국의 이란 제재로 두바이유 가격이 흔들릴 조짐을 보이는 등 국제유가 및 비철금속 가격도 상승하고 있어 인플레 압력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곡물 자급도는 26.7%에 불과했다. 국제 곡물 값이 오르면 당장 각종 식품과 서비스 요금이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는 취약한 구조다. 이미 식탁물가에 빨간 불이 켜지는 등 소비자물가가 들썩이고 있다. 최근 일부 과자와 음료 가격이 올랐고, 설탕 값도 7.5~8.5% 인상됐다. 밀가루 값 인상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밀은 라면 과자 국수 등 일반 가공식품의 필수원료다. 최근 급등한 곡물 가격이 원가에 본격 반영되는 2~3개월 뒤부터는 본격적인 애그플레이션 폭풍이 몰아칠 수도 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하반기 우리 경제의 최대 과제로 삼아 적극 대비해야 한다. 비록 지난달 소비자 물가가 2.6% 상승에 그쳤지만, 전기 가스 등 공공요금이 오른 데다 지방 공공요금과 식품가격마저 들썩이고 있어 물가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때다. 애그플레이션이 지구촌으로 확산되면 주요국 내수시장의 위축으로 수출에도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기 바란다. 곡물 가격 급등이 장기화할 경우에 대비해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식량자급도를 높이는 등의 중ㆍ장기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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