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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프간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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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아프간 소녀

입력
2010.08.0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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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의 대표작 는 1979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소련군의 공습에 부모형제와 고향을 잃은 고아 소녀의 공포와 슬픔을 극명하게 포착했다. 맥커리가 1984년 파키스탄 난민촌에서 만난 12살 소녀는 할머니와 함께 피난, 난민촌 학당에 다니고 있었다. 이듬해 내셔널 지오그래픽(National Geographic) 표지에 실린 소녀의 얼굴 클로스업 사진은 머리에 두른 붉은 스카프와 카메라를 응시하는 깊고 강렬한 연녹색 눈빛이 어울려 눈길을 사로잡는다.

■ 는 맥커리에게 전쟁보도 사진의 선구자 로버트 카파를 기리는 카파상과 국제적 명성을 안겼다. 또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이 포스터 등에 널리 사용, 아프간 분쟁과 난민의 고통을 상징했다. 1888년 창간한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스스로 '가장 주목받은 사진'으로 꼽았다. 2001년 미국이 9ㆍ11 테러 배후로 지목한 오사마 빈 라덴 체포와 탈레반 축출을 내세워 아프간을 침공하자 그해 11월 다시 표지에 실었다. 이어 취재팀이 몇 달 동안 난민촌을 뒤지며 수소문한 끝에 얼굴만으로 알려진 소녀를 찾아내 2002년 4월 커버스토리로 소개했다.

■ 소녀는 연녹색 눈빛의 안구 홍채 검사로 옛 사진의 주인공으로 확인됐다. 그는 저항세력 무자헤딘이 친소 정권을 무너뜨린 1992년 아프간으로 돌아와 결혼, 딸 셋을 둔 30대 여인으로 살고 있었다. 외간 남자를 꺼리던 여인과 남편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TV의 여자 PD와의 인터뷰를 허락했다. 무자헤딘 집권 이후 내전 속의 고달픈 삶 탓인지, 소녀 시절의 강렬한 눈빛과 기품은 스러진 듯했다. 그러나 그는 1996년 아프간을 통일한 탈레반 치하에서 그런대로 잘 지냈노라고 말했다고 한다.

■ 지난 주, 미 시사주간 타임(Time)은 표지에 '아프간 소녀' 사진을 실었다. 와는 딴판으로 코가 잘린 참혹한 모습이다. 이 18세 여인은 남편과 시집의 학대를 못 견뎌 달아났다가 탈레반 규율에 따라 남편에게 사형(私刑)을 당했다고 한다. 타임지는 탈레반이 기승을 부리는 마당에 미군이 철수할 경우 여성들이 겪을 고난을 일깨우기 위해 고심 끝에 흉한 사진을 싣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군 침공 직후의 '여성 해방' 보도와 마찬가지로 왜곡된 느낌이다. 여성을 비롯한 아프간 민중의 수난은 낙후한 사회를 피폐하게 만든 내전과 외세 침공이 주범이다. 이를 외면한 보도는 위선적이다.

강병태 논설위원실장 bt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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