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이명박 대통령이 단행한 8ㆍ8개각은 6ㆍ2지방선거 참패 이후 제기돼 온 전면적 당ㆍ정ㆍ청 인적 쇄신의 마침표에 해당한다. 국무총리를 비롯해 16개 부처 장관 중 7명을 바꿨고, 국무총리실장과 중앙노동위원장 등 장관급 2명을 교체했으니 개각 폭에서는 작은 규모가 아니다. 이 대통령 취임 후 최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참신성이나 경륜 등 개각의 내용 면에서는 그 동안 국민들과 여야 정치권이 요구해왔던 수준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홍상표 청와대홍보수석은 인선 배경설명에서 '소통과 통합의 젊은 내각'이라고 말했다. 헌정사상 다섯 번째 40대 총리로 김태호 전 경남지사를 발탁하고, 내각에도 젊은 피를 수혈함으로써 내각의 평균연령이 60대에서 50대로 젊어진 점은 긍정적이다. 또 정치인 출신 장관을 늘린 것은 이명박 정부의 약점이었던 당ㆍ정ㆍ청 소통을 원활히 하는 효과가 기대된다. 박근혜 의원의 비서실장 격인 유정복 의원을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에 기용해 친이-친박계 화합을 도모하려는 의지도 읽을 수 있다.
그러나 경남도의원, 거창군수, 경남지사 재선의 단출한 경력을 가진 김태호 국무총리후보자가 지명도나 경륜 면에서 과연 국민들의 기대수준을 충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의 지방자치 현장경험은 중앙정부와 지자체 간 소통과 협력을 강화하고, 젊음과 패기로 청년세대와의 소통도 넓히는 강점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전임 정운찬 총리의 무게와 비교해 그의 발탁에 고개를 끄덕이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대통령이 얼마나 힘을 실어주느냐가 관건이지만 이 정부 들어 왜소해진 총리의 위상과 역할이 더욱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7ㆍ28 재보선에서 승리한 '정권의 2인자' 이재오 의원의 특임장관 내정과 이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재완 고용노동부장관 등의 발탁은 소통보다는 친정체제 강화 인사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야당이 "친위부대를 전면에 내세운 국민무시, 역대 최악의 개각"이라고 비난하는 것도 이유가 있다. 업무 장악력 강화라는 긍정적 측면도 없지 않을 테지만 독주와 일방주의적 국정 운영에 대한 우려가 더 크다.
외교안보 부처 장관의 전원 유임은 대북 및 대외 정책의 기조를 바꾸지 않겠다는 대통령의 의지로 볼 수 있다. 11월의 G20정상회의 준비와 천안함 사태 이후 계속되고 있는 남북 대결분위기를 감안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임기 후반에 접어들어서도 남북 강경대치 국면이 지속되는 것은 이 대통령에게도 큰 부담이다. 당장의 남북간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만 중ㆍ장기적으로 유연한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현상 고수를 택한 것은 그런 점에서 유감스러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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