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이란과 북한에 대한 제재 조치를 동시에 취하는 가운데 이란과 북한 간의 핵무기 개발 커넥션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연계 의혹의 진위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이란과 북한의 핵 개발 커넥션 의혹은 과거부터 제기돼 왔으나 미국의 강력한 제재 추진을 계기로 다시 주목 받고 있다.
로버트 아인혼 미국 국무부 이란ㆍ북한 제재 전담 조정관과 함께 방한한 대니얼 글레이저 미국 재무부 차관보가 지난 2일 기자회견에서 “이란과 북한 핵은 다른데 왜 연계시키려 하느냐”는 이란 기자의 질문에 “두 나라의 행동으로 인해 둘은 연계될 수밖에 없다”고 답변했다. 그가 언급한 ‘행동’이란 그 동안 이란과 북한이 핵무기 개발과 관련 협력해왔다는 것을 뜻한다.
글레이저 차관보 발언 이후 그간 대이란 제재에 소극적이던 우리 정부 태도에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기 시작했다. 미국이 주도하는 대이란 제재 조치에 우리 정부가 독자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이때부터 나돌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 고위 당국자가 이란과 북한의 커넥션 의혹을 제기하는 발언을 한 것은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한 고위 당국자는 대이란 제재와 관련 “북한이 이란에 미사일 기술을 수출했다면 이란이 우라늄 농축 기술을 북한에 수출했을 개연성이 있고 충분히 의심이 간다”며 “대이란 제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과 이란의 핵 협력은 오래 전부터 이뤄졌으므로 대이란 제재 문제를 대북 제재와 같이 봐야 한다”며 “우라늄 농축과 관련해 북한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나라는 이란 밖에 없는 만큼 이는 우리 안보와도 직결된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란과 북한과의 핵 개발 커넥션에 무게를 둔 발언으로 받아들여졌다. 또 대북 제재와 함께 대이란 제재 조치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물론 이란과 북한의 커넥션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북한과 이란이 각각 서로 우위에 있는 미사일 개발 기술과 우라늄 농축 기술을 서로 주고 받았다는 게 커넥션 의혹의 골자라고 할 수 있다.
미국은 이란과 북한이 핵무기 운반체인 미사일 협력에 그치지 않고 핵 기술까지 공유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 정부도 이란 핵 문제가 북핵 문제와 직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이 사실상 영업 중단 상태인 멜라트은행 서울지점의 폐쇄를 정부에 요구한 것도 서울지점이 중국과 중앙아시아 여러 국가의 거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다만 서울지점 폐쇄 여부는 유엔 결의의 의무사항이 아닌 만큼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할 문제다. 때문에 미국은 물론 이란 정부도 우리 정부의 처리 과정을 주시하고 있다. 외교 소식통은 “이란 문제가 잘못될 경우 이란 정부가 우리와 경제 교류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다”며 “국제사회에 대북 제재 동참을 촉구하는 상황에서 이란 제재에 적극 동참할 수밖에 없는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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