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톤짜리 어업 실습선박 한 척에 400억 원이 든다고요?"
학생들의 승선 실습에 활용되는 선박이 매우 오래되어 새로 건조하려는데 사람들이 그 비용을 듣고 놀라는 표정이다. 그러나 이는 잘못된 인식이다. 비행기에 비유할 때, 상선이 수송기라면 어선은 전투기다. 기민하게 움직이며 달아나는 적(물고기)을 포획하는 전투기가 바로 어선이다. 전투기가 최첨단 장비로 무장되어 있듯이 어선도 그렇다. 그래서 어선의 건조비용이 상선보다 훨씬 비싸다.
오늘 아침 우리 식탁에 올라온 고등어나 명태, 참치 같은 생선은 그저 얻어진 것이 아니다. 이를 잡기 위해 경험 많고 노련한 선장과 선원들의 땀, 그리고 최첨단 기술이 동원된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성항법장치(GPS)로 어군(魚群)의 위치를 정확하게 탐색해야 한다. 깜깜한 바다 밑의 어군이 어떤 어종인지, 양은 얼마나 되는지, 개체의 크기는 어느 정도인지를 알기 위해 계량형 과학어탐이라는 신기술도 적용된다. 그물의 어획물이 일정량에 이르면 그물 올리는 시간을 알람으로 알려주는 캐치모니터링센서(catch monitoring system)도 활용된다.
오징어처럼 한 군데로 집어한 어군을 잡기 위해 선박이 어로작업 중에 정확한 지점에 머물도록 자동으로 선박 위치를 잡아주는 오토포지셔닝시스템(auto positioning system)도 필요하다. 잡은 생선을 냉동 보관해 1년이 지나도 갓 잡은 생선 같은 신선도를 유지해주는 최첨단 냉동시스템도 있어야 한다.
어업 실습을 하는 학생들이 선박을 모의운항하며 어업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쉽핸들링(ship handling) 및 피싱시뮬레이션(fishing simulation) 장비는 물론, 국제적인 능력을 함양할 수 있는 첨단강의실도 필요하다. 특히 미국 등 선진항구에 입항하기 위해서는 엄격한 해양오염방지 국제기준에 맞는 오폐수 정제시스템도 갖추어야 한다.
어장탐사는 땅 속의 보이지 않는 금맥을 찾는 금광탐사와 같다. 태평양, 대서양, 심지어는 남빙양까지 값비싼 기름을 쓰며 가야 하는데 어선이 첨단기술로 무장하지 않고는 어장탐사는 불가능한 일이다.
특히 수산업은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산업이다. 단백질 자원인 육류는 엄청난 공해를 유발한다. 쇠고기 1㎏을 얻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승용차 한 대가 약 250㎞를 달렸을 때와 같은 어마어마한 양이다. 단백질을 육지에서 얻는 것을 줄이고 바다에서 찾아야 하는 이유다.
세계 식량의 70% 이상이 동물들을 먹이기 위한 축산을 위해 생산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지구의 환경보호를 위해 인류의 식습관을 바꾸어야 한다는 말에 동감할 것이다. 해양 동물로 육상의 단백질 자원을 대체해야 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의 2008년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우리 국민은 곡류에서 19.2g, 육류에서 14.1g의 단백질을 얻는데 비해 어패류는 10.2g에 불과하다.
수산물 단백질 공급을 늘리려면 기르는 어업도 중요하지만 잡는 어업도 중요하다. 어디에서 잡았는지, 어떤 처리과정을 거쳤는지도 모르는 수입수산물 대신 우리가 우리 손으로 잡은 안전한 수산물 공급을 늘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오대양을 누비며 좋은 어장을 확보하고 어군을 찾아낼 수 있는 어업전문 기술인을 대학에서 양성해야 한다. 그러려면 대학에 첨단 어선과 똑같은 시설을 갖춘 실습선이 필요하다.
일본 수산계 최고 명문대학으로 꼽히는 동경해양대학의 어업 실습선 우미타카마루(3,400톤)는 1,100억 원짜리다. 시모노세키수산대의 코우요우마루(2,700톤)는 900억 원짜리다. 홋카이도대학은 1,000억 원을 들여 실습선 건조를 추진 중이다. 선점 경쟁이 치열한 해외 황금어장을 찾아내고 국민에게 안전한 수산단백질을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최고의 인재를 양성하기 위해 첨단 어업 실습선 건조에 앞 다투어 나서고 있는 것이다.
박맹언 국립 부경대학교 총장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