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은 너무 힘들었어… 그 아마추어들, 그 빨갱이들 밑에서 욕된 세월을 버텼어. 들끓는 분노와 증오로 부활을 꿈꿔왔어. 그 빨갱이 새끼들!” 극중 대사다. 극단 백수광부의 ‘야메 의사’는 현재 한국사회에 대한 가차없는 초상화를 그리려 한다.
엉터리 자격증을 가진 의사 앞에 등장하는 갖가지 인간들의 짓거리가 만들어내는 모자이크화는 우울한 자화상이다. 당대에 대한 문제의식을 무기로 하는 정치ㆍ사회 풍자극의 전통이 엷어진 요즘, 연극의 의미를 새삼 떠올리게 하는 무대라는 사실에 한번 더 눈길이 간다. 우리 시대의 일그러진 모습들이 노래, 춤, 마임 등 다양한 볼거리와 어우러진다. 소극장에서 15명의 배우가 민활하게 이뤄내는 장면 전환이 인상적이다.
비정상적 꼼수들이 횡행하는 현실을 그린 이 시대상황극은 2001년 이래 기동성있게 변신, 나름의 관록을 지닌다. 카프카의 단편 ‘시골 의사’를 모티프로 그 해 워크숍 형태로 올렸던 같은 제목의 이미지극이 출발점이다.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든 촛불집회, 용산참사, 삼보일배 사건 등에 대한 연극적 발언이 선명한 인상을 남긴다. 집단창작 방식을 통해 객관성이 높아진 이번 무대가 우리 사회의 맹점들을 어떻게 연극적으로 형상화 해낼 지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성렬 연출, 이준혁, 장성익 등 출연. 19일~9월 12일 선돌극장. (02)814-1678
장병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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