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열대야가 지속되며 차 안에서 에어컨을 켠 채 잠을 자다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5일 오전 4시께 부산 감전동 한 주차장에서 김모(50)씨가 에어컨이 켜진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술에 취한 김씨가 더위를 느껴 집에 들어가기 전 잠시 차 안에서 더위를 식히려다 잠이 들어 저체온증과 산소결핍으로 사망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비슷한 사고는 올 여름 들어서만 10여건 가까이 된다.
여름철 차내 사망사고 원인은 저체온증과 산소결핍에 따른 저산소증이다. 일반적으로 인체가 쾌적함을 느끼는 기온은 18~20도. 이에 따라 기온이 높은 여름철에는 차를 탄 사람들은 계속 에어컨 설정온도를 내리게 된다. 차량 크기와 에어컨 성능 등에 따라 차이가 나지만 차량 에어컨 온도를 18도로 맞추고 1시간 가량 가동시켰을 때 차내에 있는 사람의 체온은 대략 1~3도 내려간다. 저체온증은 보통 체온이 28~35도일 경우 경증 저체온, 28도 이하면 중증 저체온으로 구분한다. 중증 저체온은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 수준이다.
밀폐된 차내에서 잘 경우 점차 산소는 줄고 탄소가 많아지는데, 저산소증은 사망의 직접 원인이기보다는 두통과 무기력증을 가져온다. 최현림 경희의료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차 안은 좁아 특히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쐴 가능성이 높다”며 “여름철 차내 사망사고는 산소결핍에 따른 저산소증보다는 저체온증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차 안에서 에어컨을 켜고 잘 경우 반드시 창문을 5cm 정도 열고 짧게 잠을 자야 한다고 조언했다. 잠을 자지 않더라도 장시간 밀폐된 차 안에서 에어컨을 켜고 운전해도 저산소, 저체온증이 올 수 있으므로 1시간에 10분 가량 환기를 해주는 것이 좋다.
한편 보건복지부는 2일부터 4일까지 전국 의료기관 응급실 460곳을 통해 폭염 피해 실태를 집계한 결과, 70대 남녀 노인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77세 여성은 밭일을 하다 쓰러져 입원 치료 중 숨졌고, 73세 남성은 열사병으로 숨졌다. 이 기간 동안 전국적으로 77명의 환자가 폭염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왔다. 복지부는 노인 등에게 오랜 시간 외출을 자제해 줄 것을 당부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