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한국전쟁 발발 60년을 맞아 제작한 뮤지컬 ‘생명의 항해’가 21~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1950년 흥남철수 작전 중 1만 4,000여명의 피난민을 실어 나른 ‘메러디스 빅토리호’의 기적 같은 이야기다.
연예병사 50여명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현재 군 복무 중인 주지훈, 이준기가 캐스팅돼 일찍부터 이목을 끌었다. 예매처 인터파크에 따르면 6일 현재 예매율은 76%. 최근 뮤지컬의 약세로 예매율이 40~60%만 돼도 성공이라는 말을 듣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치다.
연출과 대본은 연극 ‘오아시스세탁소 습격사건’의 콤비 권호성, 김정숙씨가 맡았다. 여기에 윤호진 한국뮤지컬협회장이 총감독, 유희성 전 서울시뮤지컬단장이 예술감독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 밖에도 스태프 면면이 화려하다.
일반적인 대극장 뮤지컬과는 다른 시도가 먼저 눈에 띈다. 배우, 스태프로 뽑힌 80여명의 군인들이 한 부대에 숙식하면서 연습하는데 이들의 출연료는 계급별 월급(일병 주지훈 7만 8,000원, 이병 이준기 7만 3,000원)이 전부다.
그런데 이 공연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하루 평균 2회라는 공연 횟수. 1명의 캐스트가 매일 2차례씩 연달아 14회를 공연한 전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전문 배우도 버거운 수준인데 이준기는 뮤지컬 출연이 처음이고, 주지훈은 ‘돈주앙’ 출연 경력이 전부다. 5일 전화통화에서 두 사람은 “부담은 되지만 군인의 본분을 다한다는 생각으로 몸 관리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이 공연의 무리한 일정의 내막은 이렇다. 당초 책정된 제작비는 10억원으로 그 중 2억원은 국방부 예산, 나머지는 기업 후원과 티켓 수익금으로 충당할 요량이었다. 그런데 천안함 사태 후 기업 후원에 차질이 생겼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추가로 2억원을 지원했지만 제작비는 턱없이 모자랐다. 결국 평일 4시 공연을 신설, 티켓을 더 파는 쪽을 택했다. 거제, 대구, 춘천, 대전, 전주로 이어지는 지방공연도 하루 2회 공연이 많다.
프로듀서를 맡은 이영노 중령은 “객석 절반은 군인, 군인가족, 참전용사, 정부관계자 등을 초청하도록 돼 있다”면서 “나머지 티켓을 팔아도 수익이 많지 않기 때문에 제작비를 9억원 정도로 낮추려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씨는 “군에서 배우들의 특기를 인정하고 공연 기회를 주는 것은 좋지만 완성도 낮은 공연은 결국 콘텐츠, 배우 모두에게 마이너스가 된다”고 말했다.
또한 마약 투약 혐의로 현재까지 방송 출연도 금지돼 있는 주지훈이 이런 무대에 서는 것이 합당한가 하는 지적도 새겨봐야 할 문제다. 이 중령은 “부담은 있었지만 뮤지컬 전문가의 추천으로 캐스팅했다”고 말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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