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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토마스 솔리트씨 "나중에 엄마 찾으면 한국어로 얘기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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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살 때 미국으로 입양된 토마스 솔리트씨 "나중에 엄마 찾으면 한국어로 얘기해야죠"

입력
2010.08.06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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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is he called? (이 사람은 뭐라고 하죠?)" "Fire fighter.(소방관이요)"

5일 송파구청이 마련한 '원어민 교사와 함께하는 문화체험 영어교실'이 열리고 있는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어린이 직업체험 테마파크'키자니아'. 서울 잠전초등학교 원어민 교사로 일하는 한인 입양인 토마스 솔리트(24ㆍ미국)씨는 한 무리의 아이들을 상대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근처 롯데월드 민속박물관으로 자리를 옮긴 뒤에는 선생님과 학생이 뒤바뀌었다. 이번에는 솔리트씨가 아이들의 한국말 설명에 귀를 쫑긋 세웠다. "경복궁 근정전 천장에 용이 새겨져 있는데 임금을 상징한데요. 발톱은 7갠데, 많을 수록 권위가 높데요." 그는 "재미있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솔리트씨가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대신 아이들에게 한국말을 배우는 이유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님을 찾기 위해서다. 아직 한국어가 서툰 솔리트씨는 "9월부터 이화여대 한국어학당에 등록해 본격적으로 공부할 생각"이라며 "한국말로 의사소통이 가능해야 부모님을 찾았을 때 자유롭게 얘기할 수 있지 않겠어요"라고 했다.

생후 채 한 달이 되지도 않았을 때 대전의 한 주택가에 버려졌던 솔리트씨는 고아원에 맡겨졌다 2살 때인 84년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미국에 입양됐다. "발견 당시 저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담은 쪽지도 없어 이름도, 생일도 몰라요. 나이도 성장 상태를 보고 의사가 추측했다고 해요." 그런 탓에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클 수 밖에 없었고, 어렸을 때부터 한국에 가보고 싶어 했다.

모국에 대한 그리움은 그의 양부모들이 달래줬다. 오리건주립대 교수인 양부와 초등학교 교사인 양모는 그를 여덟 살 때부터 열 다섯이 되던 해까지 매년 주에서 마련하는 입양인 캠프에 보내 한국어와 문화를 배우도록 배려해 줬다.

꿈에도 그리던 모국행은 대학(오리건 주립대 그래픽디자인 전공) 시절 만난 한국인 유학생 친구의 도움이 컸다. 한국인 친구는 솔리트씨가 국내에 체류할 수 있도록 영어 교사 백방으로 알아줬다고 했다. 결국 지난해 8월 모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자신을 낳아준 친부모님의 나라에 도착했다.

하지만 솔리트씨는 부모님을 찾는 노력은 잠시 접어두고 있다. 앞으로 3년간 더 한국에 머물 예정인 솔리트씨는 "아직 부모님을 만날 마음의 준비가 안 돼 있다"고 했다. 그렇다고 부모님을 만나는 꿈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다. 그는 "힘들겠지만 꼭 어머니를 만나 남들처럼 제 이름과 생일을 알고싶다"고 말했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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