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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유럽연합(EU)의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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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유럽연합(EU)의 은행 스트레스 테스트

입력
2010.08.06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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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심장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미국의 로버트 브루스(Robert A. Bruce) 교수가 1952년 심장병 환자를 대상으로 러닝머신(treadmill) 테스트를 통해 심폐기능의 변화를 점검한 것이 현대적 스트레스 테스트의 시초이다. 이후 스트레스 테스트는 컴퓨터 설계, 심리학, 금융 등 다양한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1990년대 초반 대형 투자은행들이 도입하기 시작한 금융분야의 스트레스 테스트는 예외적 사건이 발생할 경우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 등 위험 정도를 측정하는 리스크 관리기법이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 과정에서 미국이 2009년 5월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하였고 유럽도 남유럽 재정위기가 은행부문 부실 우려로 옮겨 가면서 많은 논란 끝에 지난 달에 실시하였다.

유럽연합(EU)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는 ▦성장률 하락 ▦실업률 및 부도율 상승 ▦국채가격 하락 등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은행이 기본자기자본(Tier 1) 비율을 6%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을 지를 점검하는 것. 유럽 20개국에 소재하는 91개 은행을 대상으로 실시한 테스트 결과, 합격선을 통과 못한 은행은 7개로 나타났다. 합격률이 무려 92%에 달하여 미국은행의 53%에 비해서 월등히 높다. 불합격 은행을 국별로 보면 스페인 은행 5개, 독일 및 그리스 은행이 각각 1개씩이다. 이들 은행이 6%의 Tier 1 비율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36억유로의 자본금을 추가로 확충해야 한다.

이번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를 두고 금융시장에서는 말들이 무성하다.

우선 비관적 시나리오 내용이 너무 관대하다는 것이다. 세계경제의 더블 딥 우려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2010∼2011년 중 성장률을 기준 전망치보다 단지 3%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으로 본 가정은 너무 낙관적이라는 얘기다. 또한 Tier 1 비율 산정에 충격흡수 능력이 낮은 항목(예:전환사채 등)이 포함되어 있는 것도 문제다.

아울러 국가별 경제상황에 대한 가정도 타당성이 의문시 되고 있다. 2011년 상업용 부동산 가격의 경우 대다수 국가에서 5∼10% 하락(스페인은 30% 하락)할 것으로 가정하고 있는 반면 그리스는 2% 하락에 그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채가격 하락을 상정하면서 그 대상을 시장에서 매매되는 국채로 한정한 것도 비판을 받고 있다. 은행들이 국채의 90% 정도를 만기까지 보유하고, 단지 10% 가량만 시장에서 매매하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평가기준상의 결점을 이용하여 이번 테스트를 앞두고 일부 은행들이 상당수 물량의 보유 국채를 매매대상에서 만기보유대상으로 이전했다는 주장도 있다.

주요 부실 대형은행들이 이번 테스트 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독일과 스페인에는 비상장 은행들이 많은데 이들 은행들이 테스트에서 제외되어 부실이 감추어졌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테스트를 받지 않은 독일 부흥금융금고(KfW)는 법률상 은행은 아니지만 실제로 은행의 기능을 하고 있고 부실규모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긍정적인 측면도 있다. 은행별 국채보유정보가 공개되면서 국채 손실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상당부분 해소되었다. 또한 스페인 은행의 건전성이 당초 우려보다 양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남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상당부분 진정된 것도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테스트 결과 발표 이후 유럽주가가 상승세를 이어 가고 있는 등 금융시장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번 테스트는 유럽은행에 대한 신뢰 회복에 어느 정도 기여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그러나 예대비율이 높은 유럽은행의 자금조달 여건을 크게 개선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용도가 높은 독일 은행들은 낮은 금리로 채권을 발행하여 싼 자금을 조달하겠지만, 저축률이 낮고 재정여건이 나쁜 스페인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테스트를 통해 투자자들은 은행업이 더 이상 리스크에서 자유로운 업종이 아니라는 인식을 더욱 다지게 되었다. 유럽은행들이 변화된 상황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자금조달을 할 수 있을 지 여부가 또 다른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박진호 한국은행 구미경제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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