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 버드, 마틴 셔윈 지음ㆍ최형섭 옮김
사이언스북스 발행ㆍ1152쪽ㆍ4만원
“우리는 대단히 끔찍한 무기를 만들었고 이는 세상을 한 순간에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것을 만듦으로써 우리는 과연 과학이 인간에게 유익하기만 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됐다.”
자신의 창조물 앞에서 괴로워했던 이는 ‘원자폭탄의 아버지’ 로버트 오펜하이머(1904~1967)다. 천재 과학자로 34세의 나이에 원자폭탄을 개발하는 맨해튼 프로젝트의 총지휘자로 발탁된 그는 원폭 개발로 엄청난 영광을 누렸으나, 정작 “내 손에 피가 묻어 있는 것 같다”며 회의했다.
는 화려한 영광 한편으로 고뇌와 오욕의 삶을 살았던 오펜하이머의 일생과 인간적 면모를 되살린 평전이다. 언론인 카이 버드와 미국 터프츠대 교수 마틴 셔윈은 100명에 달하는 오펜하이머의 친구와 친척, 동료 인터뷰와 미 연방수사국(FBI) 문서 등 방대한 자료를 토대로 이 책을 썼다. 2005년 출간 후 이듬해 퓰리처상 전기ㆍ자서전 부문 상을 받은 책이다.
오펜하이머는 원폭 개발 후에는 핵 경쟁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핵에 대한 국제적 통제를 주장하는데 앞장섰는데, 이로 인해 1950년대 매카시즘의 광풍 속에서 미국에 대한 ‘충성심’을 조사 받아야 했다. 그는 청문회를 통해 소련과 내통했다는 등의 혐의는 벗었으나 비밀취급권은 박탈당한다. 저자들은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류에게 주었듯이 오펜하이머는 우리에게 핵이라는 불을 선사해 주었다”며 “하지만 그가 그것의 끔찍한 위험성에 대해 경고하려고 했을 때 권력자들은 제우스처럼 분노에 차서 그에게 벌을 내렸다”고 썼다.
송용창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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