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과자 국수 등 일반 가공식품의 필수 원료인 밀가루. 그런데 국제 밀 가격이 최근 한달 새 70% 가까이 치솟았다. 밀 값이 뛰자 옥수수 대두 등 다른 곡물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전형적인 형태의 ‘애그플레이션’ 폭풍이 지금 글로벌 경제를 지금 뒤덮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세계경제에 ‘DD(더블딥)의 망령’ 뿐 아니라, ‘I(인플레이션)의 공포’까지 엄습하고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5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된 9월 인도분 밀 선물 가격은 전날보다 8.3%나 급등, 부셸당 7.8달러를 기록했다. 6월 밀 평균 가격(4.50달러)에 비하면 한달 새 68% 이상 오른 셈이다.
밀 뿐만 아니라, 옥수수와 대두의 가격도 일제히 올라 각각 4.04달러, 10.55달러를 기록했다. 역시 최근 한달 새 10%가 상승폭으로, 가격오름세는 곡물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 같은 애그플레이션 현상은 130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 있는 러시아가 이날 밀 보리 호밀 옥수수 등 곡물 수출을 15일부터 연말까지 전면 중단시킨 데 따른 것. 러시아는 세계 3위의 곡물수출국으로, 이 나라가 곡물반출을 중단할 경우 세계 곡물시장은 극단적 공급부족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러시아뿐 아니라 또 다른 주요 수출국인 우크라이나 역시 생산량 감소 등을 이유로 밀 수출 계약을 취소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전문가들은 러시아발(發) 곡물품귀 현상이 지난 2007~2008년의 식량파동 수준에 버금가는 충격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미 스위스의 대형 식품 소매업체들이 밀을 원료로 하는 제품 가격의 인상을 본격적으로 검토하는 등 애그플레이션 파장은 지구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으며, 머지 않아 소비자 식탁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밀을 거의 전량 수입하는 우리나라 역시 적잖은 피해가 우려된다. 이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는 국제 밀 가격이 본격적으로 국내에 영향을 미칠 경우 저리로 사료 구매자금을 지원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제 곡물가격 뿐 아니라 현재 국제유가 및 비철금속 가격도 동반 상승하고 있어, 곡물 및 원자재가로 인한 인플레 압력은 점점 더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지구촌 물가가 동시다발적으로 뛸 경우 주요국 내수시장의 소비심리 위축으로 이어져 수출로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국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이란
농업 또는 농작물(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곡물가격 상승으로 전체 물가가 뛰는 상황을 말한다. 유가상승에 따른 인플레는 오일플레이션, 철강가격상승으로 인한 인플레는 아이언플레이션이라 일컫기도 한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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