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40조원대 재력가 행세를 하면서 은행에서 대출을 받게 해주겠다고 속여 독일 교민과 국내 중소기업 대표 7명에게 수수료 명목으로 29억7,000만원을 편취한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로 이모(54)씨에 대해 6일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씨의 딸(28)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HSBC(홍콩상하이은행)에 300억5,000만 달러(한화 약 42조원)를 예치한 독일회사 대표로 행세하며 “예치금을 담보로 지급보증서를 발행해 무담보 대출을 해주겠다”고 중소기업 대표들을 속여 수수료 명목으로 돈을 받아냈다. 이씨는 피해자들이 실제로 대출을 신청하는 것을 막기 위해 딸 명의로 위조 지급보증서를 만들었다. 대출을 받으려면 명의자가 은행에 동행해야 하기 때문에 딸은 해외출장 등을 이유로 피해자들과의 접촉을 피해왔다. 이씨는 경찰에서 “지급보증서 602장(305억6,600만 달러 상당)은 정체가 불분명한 인도네시아인이 만들어줬다”고 진술했다.
경찰 조사결과 이들은 유럽에 2유로(한화 약 3,600원)의 자본금으로 밀레니엄 뱅크 그룹이라는 유사은행을 설립하고, 독일과 한국의 특급호텔에서 ‘HSBC 42조원 투자유치 기념행사’ 등을 열어 투자자들을 현혹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씨는 재력가 행세를 했지만 서울의 16평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다”며 “일부 피해자는 아직도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믿지 못할 정도로 교묘하게 사람들을 속여왔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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