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그플레이션의 파괴력은 물론 유가 만큼 치명적이지는 않다. 하지만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밀값이 오르면 빵 과자 라면 등 가공식품 가격상승이 불가피해, 소비자물가 불안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곡물의 국제 가격 상승이 소비재 가격에 반영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6~9개월. 2~3개월 후 도착조건의 계약 후 해상ㆍ통관운송, 생산 및 국내 유통에 걸리는 속도를 감안한 시간이다.
이에 따라 관련 업계는 “지금 당장 제품 가격을 올릴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국제 밀가격 폭등에 전전긍긍하고 있다. CJ 관계자는 “업체들은 보통 3~4개월치의 원맥을 재고로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제품 가격을 올릴 상황은 아니지만 최근의 폭등세는 우려할 만하다”며 “3~4개월 이후에도 국제 가격이 안정되지 않을 경우 가격 인상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5일 하루 만에 10% 가까이 가격이 치솟는 등 최근의 급등세로 두 달 가까이 구매 계약을 하지 못했다”면서 “한 두 달 내로 6월 수준의 가격으로 내려가지 않는다면 하반기 제품 가격 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도 현 단계에서는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향후 파장에 대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밀 뿐 아니라 대체재인 대두, 옥수수 가격도 연쇄적으로 상승하고 있는 만큼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 사료비가 오르는 등 식탁물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국제 밀 가격이 국내에 영향을 줄 경우 저리의 구매자금 지원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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