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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값 폭등 '글로벌 공포'/ 되살아난 애그플레이션 악몽…'인플레 뇌관'되나 초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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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물값 폭등 '글로벌 공포'/ 되살아난 애그플레이션 악몽…'인플레 뇌관'되나 초긴장

입력
2010.08.06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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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전격적인 곡물 수출 중단 조치에 2년전 글로벌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국제 밀 가격이 2년만에 최고로 치솟는 등 국제 곡물시장은 벌써 패닉에 빠졌다.

러시아 수출 중단, 치솟는 밀 가격

최근 국제 곡물시장에서 밀 가격의 랠리 속도는 아직도 기억에 생생한 2007~2008년 글로벌 식량 위기 당시보다도 훨씬 가파르다. 밀 가격은 한달새 68%나 폭등한 것을 비롯, 6월의 연중 저점에서 84%나 상승했다. 옥수수와 대두도 최근 한 달 동안 약 10%씩 상승했고, 원당(설탕)도 5월보다 30% 이상 올랐다. 러시아 가뭄, 중국 대홍수 등 전세계 이상 기후로 올해 작황이 나빠지면서 곡물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치솟고 있는 것이다.

곡물 가격 폭등의 진원지는 밀이다. 특히 130년만에 온 극심한 가뭄에 수출은커녕 자국내 식량 확보부터 걱정하게 된 러시아가 곡물 수출 중단을 발표하면서, 국제시장은 패닉으로 치달았다.

러시아는 전세계 곡물 수출의 14.5%를 책임져왔지만, 올해는 다른 나라에까지 식량을 대줄 상황이 아니다. 흑해 지역 등에 덮친 지독한 폭염과 가뭄으로 한해 농사를 망치다시피 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러시아의 올해 곡물 수확량은 7,000만~7,500만톤으로 당초 예상한 8,500만톤보다 15%가량 급감할 전망. 작년(1억톤)과 비교하면 수확량이 약 3,000만톤 줄어드는데, 이 정도면 러시아의 연간 곡물 수출량(작년 2,140만톤)에 맞먹는 수준이다.

극심한 가뭄에 러시아에선 전체 밀 농장의 3분의1이 피해를 입었고, 지난달 23개 주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여기에다 최근 40도를 넘는 폭염으로 산불이 번져 국가적 재난 사태에 처했다. 현재 러시아 전역 600여곳에서 산불이 발생, 농장지대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급기야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는 각료회의에서 “재고가 있기는 하지만 국내 식품가격 폭등을 막고 내년 농사를 준비할 필요가 있다”며 전격적으로 곡물 수출 중단을 결정했다. 오는 15일부터 연말까지 밀을 비롯해 옥수수, 보리, 호밀 등 곡물 수출을 전면 중단한다는 것.

하지만 러시아에서는 이미 밀 수출이 중단되고 있다. 주요항구로 수출용 밀을 실어 나르는 열차 운행이 멈춰선 상태. 수출용으로 배정된 400만~500만톤의 밀이 선적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세계 최대 곡물 수입국인 이집트 등에서는 러시아의 수출 중단 소식에 초긴장 상태다. 2007~2008년 겪은 곡물 파동의 악몽이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또다시 식량위기?

‘상품투자의 귀재’ 짐 로저스 로저스홀딩스 회장은 지난 3일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애그플레이션을 경고했다. 그는 “앞으로 몇 년간 곡물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면서 “그간 농산물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낮았고 중앙은행이 돈을 찍어 유동성을 공급하는 시점에 곡물 가격이 오르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밀 가격이 폭등하고 러시아와 같은 주요 곡물수출국이 자국 식량 확보를 위해 수출 제한에 나선 것도 2007~2008년 식량위기 때와 닮은꼴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러시아에서 끝나지 않고 다른 주요 곡물수출국으로 수출제한 조치가 확산되는 것. 2007~2008년 당시 러시아 아르헨티나 인도 베트남 등 곡물 수출국이 곳간의 문을 걸어 잠그자 이들 나라에 식량을 의존해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방글라데시 등 수입국들이 경쟁적으로 곡물 확보 전쟁에 나서면서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곡물 메이저 카길사는 러시아의 수출 금지 조치에 대해 “이 같은 교역 장벽은 수급원리에 따른 밀의 수출-수입을 막아,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했다.

기상 여건도 관건이다. 유엔은 4일 올해 전세계 밀 생산량 전망치를 당초보다 2,500만톤 적은 6억5,000만톤으로 낮췄다. 하지만 러시아 가뭄 등 이상기후가 초가을까지 지속된다면, 내년 농사에 영향을 미쳐 내년 작황도 작황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2년 전 곡물 부족과 같은 심각한 상황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FT는 우선 전세계 곡물창고로서 미국이 건재하다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현재 미국이 쌓아놓은 밀 재고는 3,000만톤. 2년전엔 800만톤에 불과했다. 내년 6월 전세계 밀 재고량도 1억8,700만톤으로 추산된다.

일각에선 최근의 국제유가상승이 글로벌 인플레를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은 부담스럽지만, 아직 곡물가격과 상승작용을 일으킬 정도는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다. 사실 석유와 구리의 가격이 최근 한달 동안 10%이상 상승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2008년 역대 최고일 때와 비교하면 절반 수준. 그런데 당시 애그플레이션을 촉발한 건 바로 유가였다. 고유가로 인해 바이오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면서 곡물 부족 사태가 불거졌던 것. 아직은 곡물을 제외한 다른 원자재 가격의 추세적 상승을 점치기에는 시기상조이기 때문에, 최악의 애그플레이션까지 치닫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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