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아리 지음 노블마인 발행ㆍ316쪽ㆍ1만2,000원
10대 때부터 각종 청소년문학상을 휩쓸며 문재를 보여준 소설가 전아리(24ㆍ사진)씨의 네 번째 장편으로, 계약직 사원이자 아이돌 그룹의 늦깎이 열성 팬인 스물아홉 살 여성 김정운이 주인공이다. 소설은 ‘88만원 세대’의 일원으로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그녀의 일상과, 팬 노릇을 하다가 우연히 만난 방송국 직원들과 삼각관계에 놓인 연애담을 이야기의 두 축으로 삼는다.
소설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버거운 사회 생활에서 겪는 비애를 보여주면서도 심각한 분위기를 자아내진 않는다. 작가 전씨의 균형감각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그 균형추 역할을 하는 것은 정운의 연애담. 경력이나 외모에서 별로 내세울 게 없는 그녀가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방송PD 오형민과 그녀에게 헌신적인 연하의 방송국 직원 장우연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누구나 품을 법한 연애에 대한 환상을 부추긴다.
작가는 언제 일자리를 잃을지 몰라 전전긍긍하던 정운이 자기보다 한참 어린 연예인들에게 열광하면서 갑갑한 일상의 탈출구를 마련하고 나아가 자존심과 적극성을 회복하는 과정을 억지스럽지 않게 그려내며 독자의 공감을 얻는다. 속도감 있는 전개, 짜임새 있는 서사, 적당한 밀도의 문장까지 가세해 좀처럼 책에서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웰메이드 연애소설’이다.
이훈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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