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운전하다 졸면 안됩니더. 조심해 댕겨 오이소..."
3일 오후 5시30분께 중부내륙고속도로 하행선 선산휴게소(경북 구미) 주차장. 수도권에서 25톤 트럭에 화물을 잔뜩 싣고 함께 내려 온 조흥제(56)·조명옥(55·여)씨 부부가 이곳에서 생이별을 하고 있었다. 화물 하역을 위해 울산으로 떠나는 남편을 배웅한 부인은주차장 한켠 환승정류소에서 부산행 고속버스에 몸을 실었다. 부인 조씨는 "남편이 울산에서 일을 보는 동안 곧장 부산 집으로 가 세탁과 설거지 등 밀린 집안 일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조씨 부부는 고속도로 휴게소 환승정류소 운영으로 생활풍속도가 확 바뀐 경우다. 트럭 운수업을 하던 이들 부부는 3월 선산휴게소에 환승정류소가 생기기 전까지만 해도 매주 2, 3차례 같이 부산과 수도권, 울산을 오갔다. 2년 전 남편이 사고로 손을 다치면서 부인이 졸지에 조수 역을 맡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집안 일과 공무원 수험생인 막내아들 뒷바라지도 뒷전이었다. 부인이 곧바로 부산으로 오기 위해 고속버스를 타면 교통비도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선산휴게소에 환승정류소가 생긴 후 부인은 매달 10차례 정도 선산발 부산행 고속버스를 타는 단골 승객이 됐다. 남편은 "화물을 내릴 때는 크게 도움이 필요하지 않아 혼자 울산을 간다"며 "서울 등지에서 아내 혼자 고속버스를 태워 보낼 때보다 주머니 사정도 좋아졌다"고 말했다.
전국 3곳에서 운영 중인 고속버스 환승제가 호응이 대단하다. 이 제도는 목적지로 가는 버스 노선이 없을 경우 우선 환승정류장이 있는 휴게소까지 간 다음 버스를 임의로 선택해 탈 수 있다. 부산 방향에는 선산, 광주방향에는 정안, 강릉 방향에는 횡성휴게소에 각각 도입됐다.
선산휴게는 3월2일 환승제 첫 시행 후 하루 평균 100명 꼴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탑승객들의 절반은 성남∼창원, 인천∼창원 구간에서 환승하고 있다. 선산보다 5개월 먼저 환승제를 도입한 서해안고속도로 정안휴게소와 영동고속도로 횡성휴게소는 각 267명, 57명이 매일 환승하고 있다.
환승휴게소는 만남의 장소로도 각광받고 있다. 인근 도시에 떨어져 사는 가족과 친구, 친척 등이 승용차를 타고 환승휴게소에서 만나 고속버스로 갈아타는 경우도 있고, 고속버스를 타고 온 지인을 이곳에서 승용차에 태워 가는 운전자도 있다.
이용객이 늘면서 휴게소 측은 비상이 걸렸다. 주차장이 턱없이 부족해진것이다. 3월말 주차장 확장공사에 착수한 선산휴게소는 추석을 앞둔 다음달 중순께야 150여 대 주차공간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한국도로공사 경북지역본부 현병업 처장은 "고속버스 노선이 한 번에 닿지 않는 지방 중소도시 탑승객들이 고속버스 환승제의 최대 수혜자"라며 "이용객들이 시간과 교통비를 아끼는 것은 물론 에너지 절약에도 기여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구미= 글·사진 김용태기자 kr88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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