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및 공기업 등이 대기업보다 하도급업체의 납품단가 책정에 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글로벌 스탠더드' '친서민'을 강조하며 대기업의 납품단가 후려치기 등 불공정 거래 관행에 대해 연일 쓴 소리를 내고 있는 정부가 정작 집안 단속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대표가 5일 공개한 공정거래위원회의 '납품단가 조정협의 실태조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을 때 공공기관 및 공기업에 납품하는 하도급업체의 납품가 인상률이 대기업 상대 하도급업체의 납품가 인상률에 비해 평균 10%포인트 이상 낮았다.
이는 공정위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기업, 중소기업, 공공기관 및 공기업 등과 거래하는 하도급업체 총 1,751개사를 대상으로 2008년 3월과 2009년 5, 9, 11월 등 네 차례 실시한 실태조사에서 확인됐다.
실태조사에 따르면 2008년 3월 조사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하도급업체의 납품가격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각각 23.3%, 37.1%를 반영한 반면 공공기관 및 공기업은 15.0%를 반영하는데 그쳤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이런 행태는 정부가 하도급업체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방지하기 위해 지난해 4월 '납품단가 조정협의 의무제'를 도입한 이후에도 여전했다. 지난해 9월 조사에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하도급업체의 납품가격에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각각 74.3%, 56.8% 반영했다. 하지만 공공기관 및 공기업은 대기업보다 25.3%포인트나 낮은 49.0%를 납품가에 반영했다.
이 대표는 "원자재가격 상승에 따른 중소기업의 부담 해소에 앞장서야 할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책무를 저버린 것"라며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에 제품가격 반영 정도를 포함시키고, 원자재가격 납품가연동제를 도입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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