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위조지폐 제조 등 북한의 불법행위와 연루된 기업ㆍ기관, 개인의 명단이 담긴 블랙 리스트 공개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대북 제재 조치의 성패를 가를 북한 계좌 추적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5일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미국은 수개월간의 북한 관련 해외 계좌에 대한 실태 조사를 거쳐 막바지 계좌 추적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가 파악한 북한의 해외계좌는 중국계 은행 17개 등에 개설된 총 37개다. 국제결제은행(BIS) 보고서는 지난 3월 현재 이보다 더 많은 43개국 은행에 북한 계좌가 분산돼 있으며, 예치금액은 6,700만 달러(약 782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한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이미 북한 계좌 현황을 비롯 자금 흐름에 대해 파악하고 있다"며 "미국이 북한과 관련된 계좌를 찾아내 어떻게 효율적으로 자금 흐름을 차단하느냐에 이번 대북제재 조치의 성패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드러난 북한 해외계좌 보다 차명이나 가명으로 위장된 계좌를 찾아내는 것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한은 다양한 불법행위를 위해 위장 기업 명의로 은행 계좌를 개설하거나 외국인 이름의 가·차명계좌를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를 포함할 경우 북한 해외계좌는 200여개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북한은 통상적인 무역거래의 경우 중국, 스위스, 마카오 등지에 개설한 계좌를 활용하고 있으나 위조지폐 등의 불법 행위 관련 거래에서는 버진아일랜드 등 조세 회피 지역에 개설한 위장 기업 명의의 계좌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한미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미국은 현재 세계 금융 기관 시스템상 자국이 주도하는 '세계은행간 금융데이터통신협회'인 '스위프트'(SWIFT)를 통해 북한의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스위프트는 207개 국가의 8,100여 개 금융기관이 가입돼 있는 금융결제 메시징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어 차명이나 위장 계좌라 하더라도 실체 파악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금융 전문가는 "한미의 자금 추적에 대해 북한은 계좌 폐쇄나 분산 예치 등의 방법으로 대처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룩셈부르크나 스위스 등 기존 중립국들 마저 한미 대북제재에 동참할 의사를 보이고 있어 북한이 빠져나갈 틈이 더욱 좁아졌다"고 말했다.
유인호기자 yi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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