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달 간 진통을 거듭했던 서울보증보험 사장 선임작업이 결국 현 사장의 1년 유임으로 결론 났다. ‘코미디’ 같은 결과에 금융권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서울보증보험 사장추천위원회(이하 사추위)는 5일 회의를 열고 새 사장 후보를 추천하는 대신 방영민(사진) 현 사장을 1년 간 유임시키기로 결정했다.
원래 최종 후보군엔 정채웅 전 보험개발원장, 이기영 전 LIG손해보험 사장, 김용덕 KCB 사장 등 3명이 올랐지만 사추위는 이들이 모두 사장에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차기 사장은 1년 후 다시 공모절차를 밟게 된다.
이번 인선은 처음부터 파행의 연속이었다. 6월말 방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진행된 1차 공모에서는 동지상고 출신의 정연길 감사가 유력 후보로 떠오르며 김경호 전 아시아개발은행(ADB) 이사와 경합했다. 그러나 지방선거 이후 대통령 인맥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자 사추위는 돌연 후보 선정을 연기했다. 10여일 후 열린 회의에서 사추위는 1차 공모를 무효화하고 재공모를 실시했는데 최종 후보에 올라온 3명을 모두 떨어뜨리고 현 사장을, 그것도 정상임기(3년)의 절반도 안 되는 1년만 유임시키는 이상한 결론을 낸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한결같이 “이런 사장 선임은 본 일이 없다”며 어이없다는 반응들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종후보에 올라온 세 사람 모두 보험관련 기관장과 CEO를 역임한 사람들”이라며 “이런 사람들을 적격자가 아니라고 탈락시키고 정작 재공모 당시 지원서를 냈다 탈락한 현 사장을 유임시키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결과가 석연치 않다 보니 이런 저런 해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특정 인물을 선임하기 위해 일단 시간을 벌겠다는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선임원칙을 명확히 하고 투명한 절차로 조속히 인선을 끝내는 것이 뒷말을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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