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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느티나무 정부(政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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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느티나무 정부(政府)

입력
2010.08.05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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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티나무는 정부(政府)다!' 제 말이 아닙니다. 시를 쓰는 윤효 형이 경북 영주시 순흥면 태장리의 천연기념물 제274호 느티나무를 보며 한 말입니다. 저는 감탄으로 동의했습니다. 수령 600년으로 추정되는 느티나무는 그 세월에도 여전히 힘찬 가지를 뻗고 싱싱한 푸른 잎을 달고, 가마솥 무더위란 요즘 날씨가 무색하게 크고 서늘한 그늘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나무 한 그루가 만드는 그늘이 섬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섬에 마을 어르신들이 나와 나무가 만들어주는 파도소리 바람소리를 듣고 있었습니다. 높이 18m, 둘레 8.7m인 느티나무는 몸에 금(禁)줄을 치고 있었습니다. 새해가 되면 태장리 분들이 모여 제사를 지내며 소원을 비는 느티나무는 마을의 수호신입니다.

누가 아들을 낳고 싶은 소원을 빌었는지 금줄에 고추 대신 작은 고추장 튜브를 끼워놓아 웃음까지 선물했습니다. 느티나무에 절하며 '느티나무님 한 즈믄 살은 끄떡없을 것 같습니다'라고 덕담을 드렸습니다. 느티나무 어원이 '늦티나무' '늘티나무'라는 것을 안 지 얼마 안 됩니다. 늦게 태가 나는 나무, 늘 태가 나는 나무, 그 뜻이 좋아 '느티'를 제 자호(自號)로 지어 쓰고 있습니다. 느티, 느티 중얼거려보면 참 편안해집니다. 삼척 도계에 천오백 살이 넘는 느티나무가 있답니다. 아무래도 빨리 찾아가 인사 드리고 와야겠습니다.

정일근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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