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음식업 관계자들이 우리 식재료 가운데 입을 모아 칭찬하는 대표적인 것이 한우, 즉 국내산 소고기다. 영양 면에서도 콜레스테롤 함량은 비교적 낮고 몸에 이로운 불포화 지방산이 많아서, 말복을 앞둔 오늘처럼 체력이 소진되었을 즈음 먹어두면 좋을 영양식이다. 한국을 찾는 다른 문화권의 유명 요리사들이나 얼마 전 서울을 다녀간 이탈리안 와이너리 창업주, 음식평론가 등 ‘맛’ 관련업에 종사하는 이들은 하나같이 이처럼 훌륭한 맛의 고기가 한국에 있음을 더 널리 알려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민족과 가장 밀착되어 살아온 우리 소,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당당히 일등을 차지할 수 있는 소의 맛을 살리려면 잘 기르는 정성과 환경이 우선 중요하지만, 도축 이후에 제대로 다뤄주는 장인을 만나서 많은 이들의 식생활을 도울 수 있는 것 또한 중요하겠다.
대구에 본점을 둔 한우 명가 ‘영천영화(02-3442-0381)’ 서울 직영점은 유명한 고기집들이 모여 있는 영동대교 남단에 있다. 특별한 날을 챙기거나 입과 몸의 호사를 위해 먹는 것이 생고기인 만큼, 이 곳도 대부분의 고기집처럼 단골의 비중이 큰 편이다. 홀을 담당하는 지배인과 찬을 담당하는 찬모 여사님,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고기를 책임지는 고기 파트 부장님이 모두 대구 본점에서 함께 올라와 오늘에 이르러서인지 식당에 들어서면 그 분위기는 매우 가족적이다. 그 훈훈하면서도 진심이 담긴 맛의 중앙에 있는 고기 장인, 이재한 부장을 만나봤다.
1968년생으로 스무 살이 되기 전 주방에 입문한 이재한 부장은 어려서부터 손재주가 있었다 한다. 3남 2녀의 형제 중 중간, 본인 표현으로는 ‘이래도 저래도 가운데’라는 셋째로 태어났고 그래서인지 말씀 한마디마다 성품에서 우러나오는 ‘인내’가 은근히 드러난다.
“열아홉에 주방에 입문했는데, 고기를 다루는 그 당시 스승들을 보면서 고기가 주방의 중심을 잡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고기를 배우고 싶다는 희망을 갖는 데에 오래 걸리지 않았지요.” 그 때부터 눈치껏 어깨너머로 스승들의 솜씨를 배우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고기 파트의 서열이나 기강은 엄격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였고, 하늘만큼 높은 고기 장인들에게 솜씨 하나를 배우는 것은 전부 본인 하기에 달린 일이었다.
“당시에는 손님들이 주로 ‘양념고기’를 찾았어요. 그러니까 고기 다루는 스승들마다 저마다의 ‘소스 비법’이 다들 있었지요. 특별히 고안된 소스의 비결, 그 소스에 딱 어울리는 고기를 썰어내는 기술 등을 배우려면 자기가 존경하는 스승의 눈에 들어야 했답니다.”
내 앞으로 살길을 알려줄, 그 비결을 쥐고 있는 각자의 스승들을 당시에는 ‘사부’라 부를 만큼 존경했단다.
“요즘은 생고기를 선호하는 입맛이 늘어나면서 소스 비법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예전의 방식이 많이 달라졌어요. 게다가 ‘3D업종’이라는 생각 때문에 젊은 친구들은 고기를 배우려 하지 않네요.” 처자식을 대구에 두고 단신으로 서울에 머물면서 직영점을 꾸려가고 있는 이 부장은 하루 빨리 본인의 노하우를 전수해 줄 후배가 생겼으면 한다고 조용히 바란다.
“특히 좋은 고기가 들어오는 날 행복해집니다. 고기를 잡고 서 있는 제 눈에 평소보다 큰 자신감이 붙어서인지 그런 날에는 손님들도 ‘오늘 고기가 예사롭지 않은가 보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이 부장은 고기가 덩어리째 도마 위에 얹어지면, 칼을 딱 한 번 대어보고 고기의 상태를 알 수 있다. “누구나 한 가지 일에만 몇 십 년을 몰두하다 보면 각자의 ‘감’이라는 것이 생기잖아요. 저도 그렇게 저만의 감을 익힌 것 뿐입니다.”
박재은 푸드칼럼니스트 eatgamsa@gmail.com
사진=임우석 imwoo52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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