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계가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나 기술 탈취 등 불공정거래 관행을 강하게 비판하며 대기업의 태도 및 인식 변화를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전경련 등이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노력을 주문하는 정부의 접근을 반 시장 혹은 포퓰리즘이라고 반발하자 중소기업계가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낸 것이다. 이로 인해 전선이 더욱 확대되는 느낌이지만, 당사자들이 역지사지하며 문제를 잘 정리해 공정성과 시장효율을 함께 살리는 제도적 전범(典範)을 만들기를 기대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어제 발표한 성명은 예상보다 톤이 낮았다. 올해 원자재가격 인상률의 10%도 되지 않는 납품단가 인상률, 입점업체에 대한 대형 유통업체의 다양한 횡포 등을 부당사례로 제시했지만, 전체 문맥은 '갑과 을'이라는 구시대적 굴레를 끊고 중소 협력사를 진정한 동반자로 대우해 달라는 호소였다. "일진이 때렸다고 선생님에게 이를 수 있더냐"는 항간의 우스개처럼, 지금 대기업이 수세에 몰렸다고 덩달아 춤추는 것은 역효과를 낳는다고 판단한 것 같다. 정부에게 공정거래 장치의 정상작동 여부 감시와 상생의 제도적 기반 마련을 요구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된다.
엊그제 임태희 대통령실장이 청와대의 대ㆍ중소기업 상생 취지를 시장친화적인 공정한 거래질서 정착과 자율적인 기업생태계 조성으로 정리한 것은 적절했다. 대통령의 뜻을 잘못 이해한 몇몇 장관들이 대기업을 과도하게 폄하하고, 심지어 사정 또는 감찰기관의 대기업 손보기설까지 나돌아 시장의 의구심과 불안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 실장도 얘기했듯이 수십 년간 굳어져온 불공정거래 관행은 행정력으로 단칼에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가장 중요한 것은 하도급 및 납품 관행의 후진성을 키워온 대기업 오너와 경영진의 인식 전환이고, 공정한 시장기율을 세우겠다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다. 특히 불법과 불합리한 거래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이 아무런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게 제도와 법을 정비하는 것은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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