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을 하는 김 사장은 전형적인 한나라당 지지자다. 김대중ㆍ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거의 빨갱이라고 보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을 잘 알고 있는 그는 2007년 대선에서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 환호했고, 이명박 정부의 성공은 물론 2012년 대선에서의 정권 재창출을 바라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대통령이 당선된 뒤에는 가장 강력한 차기 주자로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지지해왔다.
김무성의 '작심 발언' 파문
그런 그가 최근 확 달라졌다. 박 전 대표의 사진을 크게 실었다는 이유만으로, 신문을 안 읽고 집어 던졌다고 할 만큼 박 전 대표를 싫어하게 됐다. 이유는 융통성 없는 고집과 원리주의적ㆍ권위주의적 태도에 대한 염증이다. 김 사장만이 아니다. 박근혜가 싫어졌다고 말하는 사람들, 특히 여성들을 제법 볼 수 있다. 같은 당인데도 세종시 수정안 등 사사건건 이 대통령과 대립하는 게 정말 지겹고, 걸핏하면 입을 꾹 다무는 것도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때 친박계의 좌장이었던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박 전 대표의 결점을 지적한 데 대해서 예상대로 본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다. 대변인 격인 사람과 수하들이 김 원내대표를 대신 비난하고 있다.
누가 설정한 것인지 모르지만 국가지도자가 갖춰야 할 덕목에는 10가지가 있고, 박 전 대표는 그 중 7가지 정도는 아주 출중하고 훌륭하지만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 사고의 유연성 등 2가지가 모자란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지적이었다. 보도내용이 애매해 나머지 1가지는 뭔지 알 수 없지만, 이 지적에 공감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다.
박 전 대표를 만나보면 여성의 품위와 교양을 느낄 수 있다. 어려서부터 청와대 생활을 해 왔고 어머니 타계 후에는 퍼스트 레이디 역할도 했던 사람이니 당연하다 할지 몰라도 그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남자들에게는 보호해 주고 싶고, 또 그래야 할 대상이라는 생각도 갖게 한다.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패했을 때 깨끗이 승복하고, 몇 차례 테러에 의연하게 대처하는 모습 등은 누구나 쉽게 보여 줄 수 있는 행동이 아니다.
박 전 대표는 여전히 남들의 추종을 불허하는 지지율 1위에 올라 있는 사람이다. 어떤 점에서는 현재의 권력보다 더 강력한 미래 권력이다. 실제로 대한민국 정치를 움직이는 것은 대통령이 아니라 그다. 박근혜를 거치지 않고 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박 전 대표에 대해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함부로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는 '무비판의 공간'에 떠 있는 사람이다.
김 원내대표가 언론을 통해 이런 말을 한 이유도 만나서 말하려면"문이 열릴 것 같지 않아 못했다"는 것이었다. 사실 박 전 대표 주변의 권위주의적 기류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그 동안에도 있었다. 너무 경직돼 있다거나 주변에서 말을 못한다는 이야기들이었다. 그를 군주처럼 모시는 사람들이 반대되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특히 아버지와 자신의 잘못에 대한 비판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어떤 저명한 칼럼니스트가 그에 관한 글을 썼을 때, 친박 계열의 국회의원이 "대표님을 잘 써 주었다"며 글을 보여주자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에 일일이 줄을 쳐서 돌려주며 "이게 뭐가 잘 써 준 것이냐"고 했다고 한다. 그 의원도 지금은 친박 계열에서 떠나 있다.
고맙게 새겨들을 수 있어야
박 전 대표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이 최근"이 대통령이 내놓은 세종시 수정안이 사실은 아버지가 구상한 안이었다"며 "언니는 아버지를 생각해서라도 수정안에 찬성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점에서는 동생의 지적이 옳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박 전 대표는 김 원내대표의 지적을 고맙게 새겨 들어야 한다. 김 원내대표의 말대로 "이대로 가면 우리가 다 먹게 돼 있다고 생각한다면 천만의 말씀이다." 대한민국의 지도자는 갈수록 더 민주화돼야 하고, 민주적 덕목과 행동을 통해 존중과 존경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yc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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