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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졸음 쫓는 기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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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졸음 쫓는 기관사

입력
2010.08.05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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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사람에게 가장 적당한 수면 시간은 대략 7~9시간 정도라고 한다. 하지만 매일 이만큼씩 충분히 잘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단언컨대 많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직장 생활이나 인간 관계, 입시 공부 등에 치여 피곤에 찌든 몸으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듯이 잠을 갈구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수면 연구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윌리엄 데먼트 미 스탠퍼드대 교수의 언급대로 “인류는 지금 전 세계적으로 피곤에 절어 있다.” 그에 따르면 현대의 선진국 사람들은 1세기 전보다 평균 1시간 30분이나 잠을 덜 잔다고 한다.

▦“잠은 헝클어진 근심을 정리해 주고, 고된 노동을 쉬게 하며, 다친 마음을 아물게 하는 자연의 위대한 두 번째 과정이요, 삶이라는 잔치의 주된 밑거름이다.”() 셰익스피어의 ‘잠 찬양’은 제쳐두더라도 일단 잠이 부족하면 건강을 해친다. 당뇨 비만 고혈압과 같은 만성질환을 앓게 되거나 면역 체계가 약해져 병에 걸리기 쉬우며 우울증에 시달릴 수도 있다. 잠 부족이 두뇌 활동을 저하시켜 기억력, 집중력, 판단력을 떨어뜨리고 창조적 사고를 저해한다는 것은 이미 실험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심각한 것은 이로 인해 안전이 위협 받는다는 점이다.

▦알래스카 해안을 오염시킨 액손 발데스호 좌초(1989년)와 최악의 방사능 유출로 기록된 체르노빌 원전 사고(1986년)는 사고 당시 근무자가 잠 부족 상태였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이 잠을 충분히 잤다면 암초 발견을 놓치거나 안전절차를 무시하는 일은 없었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현대 사회는 잠을 ‘게으름’‘낙오’같은 부정적 단어와 연결 지으며 사람에게 잠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되도록 경쟁을 강요한다. “사회는 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근무 중 잠깐 눈을 붙여도 이해하고 또 장려해야 한다”는 행동생물학자 폴 마틴의 충고는 그래서 새겨들을 만하다.

▦어제 출근길에 지하철 맨 앞칸에 탔다가 기관사의 동승 제안을 받았다. 운전실에서 그는 3시간 가까이 지하철을 운행하다 보면 졸음이 쏟아질 때가 있는데, 그때 누군가와 대화라도 하면 근무 긴장감이 회복되고 잠도 달아난다고 했다. 껌도 씹고 노래도 흥얼거려 봤지만 효과가 없다고 했다. 지하 근무는 지상 근무보다 긴장감이 높다. 기관사의 3시간 전동차 운행은 야간 운전 3시간 이상의 중노동이어서 피로감이 금세 몰려오기 마련이다. 과연 이들은 충분한 잠을 보장 받고 있을까. 지금껏 큰 사고는 없었지만 근무체계에 고칠 점은 없는지 살펴봤으면 좋겠다.

황상진 논설위원 apr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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