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년 넘게 잠들어 있던 구미호가 깨어났다. 그것도 인간이 아닐 거라는 의심을 받을 정도 예쁜 여자로. SBS 새 수목드라마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구미호라는 소재를 들고 찾아왔지만 더위를 식히는 방법은 오싹함이 아니라 웃음을 택했다.
연출을 맡은 부성철 PD는 4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이 드라마를 '종합선물세트'라고 했다. 웃음, 눈물, 멜로가 다 녹아 있는 로맨틱 코미디라는 것. '미남이시네요' '환상의 커플'의 홍정은, 홍미란 자매가 극본을 썼다.
액션 스타를 꿈꾸는 대학생 차대웅(이승기)은 철없는 부잣집 도련님이다. 엉겁결에 구미호(신민아)의 봉인을 풀어준 뒤 도망치다가 목숨을 잃을 위기에 처하지만 구미호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그렇게 구미호에게 코가 꿰인 차대웅이 순수한 구미호를 통해 성장하는 과정이 이 드라마의 얼개다.
"네가 죽고 싶지 않으면 날 못 본 척 하진 않았겠지?" 미호가 자신을 피해 슬그머니 발길을 돌리는 대웅에게 던지는 대사.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2001년 여름을 시원하게 웃겼던 영화 '엽기적인 그녀'. '구미호'는 이 영화의 2010년 TV판쯤 되지 않을까.
이승기는 전작인 '찬란한 유산'에서와 마찬가지로 철없는 부잣집 손자다. 하지만 그는 "철없다는 점은 비슷한데, 진지했던 전작의 캐릭터에 비해 대웅은 코믹적인 요소가 굉장히 많다"며 "전혀 다른 캐릭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 드라마 '마왕'이후 3년 만에 순수하고 귀여운 구미호로 안방극장에 복귀한 신민아는 "드라마 속 구미호는 여우라기보다 세상에 갓 눈 뜬 꼬마 아이처럼 순수한 모습"이라며 "여섯 살짜리 조카의 행동을 생각하면서 연기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노민우, 박수진, 변희봉, 성동일, 윤유선, 효민(티아라) 등이 출연하는 '내 여자친구는 구미호'는 11일부터 '나쁜남자'의 후속으로 방송된다.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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