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스마트폰 마케팅의 기본 흐름은 고가 전략이다. 일반 휴대폰보다 많은 기능을 갖췄으니 가격도 비싸야 한다는 것. 애플의 아이폰3GS 16기가 제품은 이동통신업체의 보조금을 제외하면 80만원을 웃돌았고 삼성전자의 갤럭시S도 90만원대 고가폰이다.
그런데 이 같은 흐름을 거스르는 전략을 펼치는 업체가 있다. 스마트폰 대응이 뒤쳐져 2분기 휴대폰 사업에서 적자를 낸 LG전자다. 3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중저가 제품으로 스마트폰 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이후 프리미엄 제품을 내놓는 역발상 전략을 추진 중이다.
중저가에서 고가로 역발상 전략
LG전자가 이같은 '거꾸로' 전략을 택한 것은 늦은 만큼 남들이 가지 않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기존 휴대폰 시장은 고가의 프리미엄폰으로 시장을 개척한 뒤 가격이 떨어지며 중저가폰으로 확산됐다. LG전자는 스마트폰도 이 같은 궤적을 밟을 것으로 보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애플은 아이폰으로 이용자층을 넓힌 뒤 중저가폰을 내놓으며 시장 확산 단계에 들어갈 것"이라며 "따라서 프리미엄 전략을 펴는 다른 업체들이 중저가 시장으로 영토를 확대하기 전에 먼저 제품을 내놓는 것이 차별화이자 앞서 가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의 전망도 LG전자의 예측을 뒷받침했다. SA는 300달러 이상 고가 스마트폰이 지난해까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올해 44.1%로 줄어들기 시작해 2014년에 25.9%까지 축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오히려 지난해 33.9%에 불과했던 299달러 이하의 중저가폰이 2014년 28.1%로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SA는 2014년 190달러 이하의 저가폰이 30%로 시장의 주류를 형성할 것으로 내다봤다.
9월부터 300달러 이하 제품 출시
LG전자는 이를 겨냥해 다음달부터 300달러 이하의 중저가 스마트폰을 본격적으로 쏟아낸다. 우선 다음달 말에 안드로이드 2.2 프로요 운용체제(OS)를 탑재한'옵티머스 원 위드 구글'을 내놓는다. 이 제품은 국내를 비롯해 전세계 120개 이통사에 공급이 확정된 상태다.
10월에는 연이어 200~300달러대 스마트폰인'옵티머스 시크'를 국내외에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 역시 구글의 최신 스마트폰용 OS인 안드로이드 2.2를 장착한다. LG전자는 이 제품들을 앞세워 미국과 유럽의 스마트폰 교체 수요를 겨냥할 계획이다. LG전자 관계자는 "2,3년 전 스마트폰을 시작한 사람들이 교체할 시기를 겨냥한 제품"이라며 "이들은 다기능보다 원하는 기능 위주의 실속형 제품을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는다. 4분기에 국내 시장을 겨냥해 안드로이드 2.2를 탑재한 고가의 스마트폰을 선보인다. 특이하게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고성능 프로세서인 OMAP3630과 3.8인치 화면을 채택하는 이 제품은 고화질(HD) 동영상 촬영 및 각종 콘텐츠를 PC나 TV와 공유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된다.
또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7 OS를 탑재한 스마트폰도 올해 말과 내년 초에 걸쳐 국내외에 출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LG전자 관계자는 "중저가 스마트폰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 결과가 4분기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며 "올 겨울 이후 LG전자 제품이 판매량과 점유율 측면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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