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오전 일산에서 TV 아침 프로그램 생방송과 녹화로 한 주를 시작해요. 그리고 오후 4시까지 여의도로 가서 라디오 생방송을 하죠. 일주일에 사흘은 라디오 녹음이 있고, 목요일은 하루 종일 '원더우먼'촬영에 매달려요."
탤런트 홍은희(30)의 요즘 스케줄은 듣고만 있어도 숨이 찰 정도다. 몸만 바빠진 게 아니다. 예전의 그가 그저 부러움만 사던 '참하고 야무진 새댁' 이미지였다면, TV와 라디오를 종횡무진 하는 요즘의 그는 편안하게 말을 나누고픈 '젊은 언니'로 다가온다. 스물 셋, 연기자로서 입지를 다지기도 전에 열 한 살 연상인 배우 유준상과 결혼해 줄곧 '유준상의 아내'로 살아온 지 7년. 서른 즈음에 비로소 그런 수식어를 떼어내고 자신의 이름 석 자로 당당히 서게 된 그에게선 또래 연예인들과는 다른 여유가 느껴졌다.
그는 요즘 심정을 "방학 때 숙제 다 해 놓고 노는 기분"이라고 표현했다. 남들 놀 때 서둘러 숙제 하느라 어려움도 많았을 터이다. "20대에 결혼하고 아이 낳고, 가정 일에 올인 하느라 못한 게 많지요. 30대에는 그 때 못했던, 하고 싶은 것들을 다 하고 싶어요."
제대로 한 번 놀아보자고 작정한 걸까. 그는 지난 6월부터 MBC 예능 프로그램 '원더우먼'에 출연하며 과감한 변신을 했다. 처음엔 낯선 장르라 부담스러웠지만 두 달 가까이 지난 요즘엔 "카메라가 안 무섭다"고 했다. 여배우로서 예쁜 모습만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을 버렸기 때문이다. 매 회마다 뭔가 얻어간다는 생각으로 임하니 재미도 있고, 의외의 소득도 있단다. "드라마 6개월 해도 주변 반응이 없었는데, 예능을 시작하고 나니 오랜만에 친구들한테 잘 봤다는 연락이 오더라고요."
큰 폭의 변신에 나서게 된 데는 나름의 셈이 깔려 있다. "결혼을 일찍 해서 그런지 좀 더 나중에 해도 될 역할이 자주 들어와요. 너무 빨리 아줌마 연기에 뛰어드는 것보다 30대 초반 몇 년을 다른 곳에 쏟아보자고 생각했지요."
지난달 5일에는 MBC 라디오 '홍은희의 음악동네'로 DJ 신고식을 치렀다. "평소 음악을 좋아한다고 자부했는데, DJ가 되고 나니 이렇게 몰랐나 싶을 정도로 알아야 할 음악이 방대했다"고 했다. 그가 택한 공부 방법은 시간만 나면 라디오 듣기. 이 시대 사람들이 많이 듣는 노래를 '실전 청취'하면서 새내기 DJ로서 수업을 착실히 쌓아가고 있다.
5년 만에 다시 맡은 아침 교양 프로그램 진행에 임하는 각오도 다부졌다. 얼마 전 MBC '기분 좋은 날'의 안방마님이 된 그는 "5년 전 스물 여섯의 새댁 시절엔 솔직히 다양한 연령대의 게스트가 출연하는 아침 방송 진행을 소화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제 아이도 한 명 더 늘고, 30대에 접어들어서 그런지 연배가 높은 게스트들의 사연에도 공감이 가고 자연스럽게 멘트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활동 반경이 넓어졌지만 그의 목표는 여전히 좋은 연기자다. "안 해 본 것들을 몸에 착착 붙여서 예전에 하지 못했던 감정도 뽑아내고, 순발력 즉흥성을 개발해 틀에 박힌 연기에서 벗어나 최대한 자연스럽게 연기를 하고 싶어요."
바빠진 만큼 가족의 소중함도 더 절실해졌다. 그는 자신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냐는 물음에 "우물 같은 존재"라고 답했다. "일 끝나고 피곤에 지쳐 집에 돌아가면 문을 열자마자 다시 힘이 솟아요. 나를 다시 벌떡 일어나게 하는 가족은 언제나 샘솟는 우물이에요."
김경준기자 ultrakj7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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