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가 편지를 보내왔다. 담배꽁초 투기행위 단속에 관한 의견이었다. 담배가 많은 이들에게 혐오대상인 데다, 더욱이 길거리에 꽁초를 함부로 버리는 행위는 옹호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비흡연자라는 그가 제기한 문제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지금처럼 일부 지역에서만 마구잡이로 이뤄지는 담배꽁초 투기행위 단속이 과연 법적, 사회적으로 타당하고 공정한가에 대한 원론적 의문 제기였다. 민감한 문제라 조심스럽긴 하지만 충분히 생각을 공유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소개한다. 그는 서울 강남역 인근의 대형건물 소유주라고 밝혔다.
■ 그는 우선 거리에 버려지는 온갖 쓰레기 중 유독 담배꽁초만 단속해야 할 이유를 납득키 어렵다고 했다. 폐건전지처럼 특수처리나 분리수거를 요하는 쓰레기도 아닌 꽁초가 '특별대우'를 받아야 할 이유가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단속방식 또한 정당하게 보이지 않는다. 담배 피우는 보행자를 발견하면 단속반원이 미행을 시작, 꽁초가 버려지는 순간 재빨리 주워 증거물로 제시하고는 벌금을 통지하는 것이 일반적 방식이다. 전형적인 함정단속인 데다 단속반원 상당수가 용역직으로, 민간인이 과연 벌금을 부과할 법적 권한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고 했다.
■ 벌금 5만원도 과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남역 주변에서는 대학생을 포함한 20대 젊은이들이 주로 적발되는데, 돈 버는 입장에서 경조사비 5만원도 부담스러운 현실에 비춰볼 때 더욱 그러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타인에게 중대한 위험을 초래하는 교통법규 위반의 과태료와 비교해도 형평성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건물에 속한 사유지에서까지 단속하는 행위에 대해서도 법적 의문을 제기했다. 얼마 전 자신의 나대지에 장기 방치된 정체불명 차량의 견인을 구청에 요구했으나 '사유지 내의 일에 대해선 권한이 없다'는 답변을 받았노라고 했다.
■ 또 적발된 여대생이 집에 벌금통지서가 간다는 말에 사색이 되는 모습을 봤는데 이 역시 고려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담배꽁초 무단투기가 옳지 않은 행태임은 분명하나, 그렇다고 단속이나 처벌이 어떤 식이든 다 용인돼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일견 사소한 듯한 그의 의견을 상세히 소개한 것은 목적과 의도의 정당성이 곧 과정과 절차의 정당성을 담보하는 건 아니라는 민주사회의 당연한 원리를 다시 상기하고자 함이다. 우리가 종종 격정적 주장에 매몰돼 잊는 일이다. 그는 같은 민원을 강남구청에 냈다고 했다. 함께 결과가 기다려진다.
이준희 논설위원 jun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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