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군지 모르나 본데, 나 이런 사람이야.” DJ DOC의 신곡 ‘나 이런 사람이야’는 이하늘의 자기 소개로 시작한다. 그렇다. 이하늘은 이런 사람이다.
강원래가 오락 프로그램에서 옛 여자친구가 자신과 이하늘 사이에서 ‘양다리’를 걸쳤다고 하자, 노래 ‘부치지 못한 편지’에서 “이 더럽고 아픈 얘기를 꺼내지 말았어야 했어”라며 대놓고 나무라는 사람이다. 한 기자가 자신이 이에 대해 ‘해명’했다는 기사를 내자 “해명한 적 없다”며 트위터에 대놓고 비난하는 사람이다. SBS ‘강심장’ 출연을 거절하자 ‘인기가요’ 출연을 거부했다며 “그지같은 인기가요! 누구를 위한 무대인가?”라는 글을 쓰는 사람이다.
새 앨범 ‘풍류’의 홍보를 위한 노이즈 마케팅으로 의심할 수도 있다. 우연찮게 타이틀 곡 ‘나 이런 사람이야’는 음원차트 1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하늘은 언제나 ‘이런 사람’이었다. 과거에도 ‘포졸이’에서 경찰을 ‘짭새’로 비하했다.
한국 연예계에서 독설은 자신이 피해입지 않을 수준에서 대중의 호응을 얻는 쓴소리나 다름 없다. 인터넷에서 악명을 떨치던 김구라도 공중파 TV에서는 누군가를 실명으로 비판하지 못한다. 반면 이하늘은 언제나 구체적이다. 대신 자신도 상처 입을 걸 감수한다.
이하늘이 옳다는 건 아니다. 그는 정당한 비판자라기보다는 자기 마음에 안 들면 맞받아치는 사고뭉치에 가깝다. 하지만 그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부드러운 이미지를 얻은 요즘도 악착같이 상대방을 물어뜯는다. 심지어 ‘풍류’의 ‘In to the rain’에서는 “지금은 무엇을 해도 각자만의 시간을 갖자? 가끔 무대 위에서 친한 척 그러지는 말자”라며 예전 같지 않은 멤버들의 관계까지 말한다.
남들이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이하늘은 언제나 자신의 삶과 음악을 그대로 연결시킨다. 여기에 아무리 과격한 가사를 담은 곡도 쉬운 멜로디와 몸을 흔들게 하는 사운드로 대중에게 다가간다. 이를테면 이하늘, 또는 DJ DOC는 대중에게 쉽게 접근한 뒤, 싸움꾼의 인생을 들려준다.
‘풍류’가 예상 이상의 반응을 얻고 있는 건 그만큼 대중이 ‘이런 사람’의 태도로 만든 음악에 갈증을 느꼈기 때문이 아닐까. DJ DOC는 대중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뮤지션인 동시에 가사와 태도가 궁금해지는 흔치 않은 경우다. 착하든 나쁘든, 옳든 그르든 지금 대중은 ‘이런 사람’의 음악을 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착하든 나쁘든, 옳든 그르든, 자신의 상처를 감수하면서까지 상대를 공격할 수 있는 태도를 가진 음악 말이다.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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