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미연합군사훈련과 대북제재에 맞서 최근 3차 핵실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해 9월 우라늄 농축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터라 일각에서는 만약 3차 핵실험을 한다면 우라늄탄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과학자들 사이에선 북한의 기술력이 우라늄탄을 만들 정도에는 미치지 못했을 거란 예측이 우세하다.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은 어떻게 다를까. 핵실험 후 우리가 이 둘을 구분할 수 있을까.
플루토늄탄 vs 우라늄탄
천연 방사성원소 우라늄은 0.7%만 질량수(중성자+양성자 수)가 235이며, 나머지는 238이다. 이 중 핵분열반응에 필요한 건 우라늄-235. 자연상태로 핵분열을 일으키기엔 우라늄-235의 양이 너무 적다. 원자력발전을 하려면 4.5∼5%, 핵무기를 만들려면 90% 이상 우라늄-235를 농축해야 한다.
우라늄-235와 238은 질량(중성자 수)만 차이 날 뿐 다른 모든 성질은 같다. 섞여 있는 둘을 떼어 놓으려면 초당 500∼800m 속도로 원심분리해야 한다. 이 엄청난 속도를 감당하려면 마찰력으로 인한 부품 손상을 방지하는 고급기술과 고강도 알루미늄 같은 특수재질로 원심분리기를 만들어야 한다. 게다가 원심분리기 1,000∼2,500개 정도는 있어야 겨우 핵무기 하나를 만들 수 있다.
이에 비해 플루토늄은 원자로만 가동하면 생산된다. 우라늄-238이 중성자를 하나 얻으면 핵분열반응을 잘 일으키는 플루토늄-239로 바뀌기 때문에 따로 농축할 필요가 없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이 지난해 5월 내놓은 ‘북한의 핵 및 로켓기술 개발과 향후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지금까지 무기급 플루토늄 30∼50kg을 생산했고, 이를 이용해 6∼10개의 핵폭탄을 제조할 수 있다. 다만 미사일에 탑재할 수 있을 정도로 소형화했는지는 불투명하고, 발사수단과 정확도, 재현성 등이 부족해 전술적 성능은 크게 떨어진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플루토늄이나 고농축우라늄으로 효율적인 핵무기를 만들려면 핵분열반응이 연속해서 일어나는 임계상태에 도달하게 하는 기폭장치가 필요하다. 100억분의 1초쯤 되는 아주 짧은 시간 동안 원료를 구 모양으로 압축시킨 다음 사방에서 화약을 터뜨려 기체가 팽창하면서 원료에 똑같은 압력이 가해지게 만든 장치다. 이걸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터지도록 정밀하고 작게 만드는 건 최첨단기술이다.
왜 우라늄탄인가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은 폭발력 차이가 거의 없다. 그럼에도 북한이 우라늄탄에 목을 매는 데는 이유가 있다. 조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플루토늄-239는 간혹 플루토늄-240처럼 스스로 핵분열하는 물질과 반응을 일으켜 원하지 않는 시간에 폭발할 수 있지만 우라늄-235는 그럴 가능성이 적다”고 설명했다. 더 정확하고 효율적인 무기를 만드는 데는 우라늄이 낫다는 얘기다.
플루토늄은 자연계에 없고 원자로에서만 나온다. 북한이 가동 중인 원자로는 현재 평안북도 영변에 있는 5메가와트(MW)급 2호기가 유일하다. 여기서 연간 폭탄 하나를 제조할 수 있는 6∼7kg의 플루토늄을 얻는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김종선 STEPI 글로컬협력센터 남북협력팀장은 “영변 2호기는 1986년에 지었다”며 “오래된 탓에 지금은 플루토늄 생산량이 4kg 정도밖에 안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3, 4, 5호기는 공사중단 또는 계획중단 상태다.
북한에는 순천과 박천 신포 평산 옹기 흥남 등지에 양질의 천연우라늄이 2,600만t이나 매장돼 있다. 이 가운데 현재 기술과 경제력으로 채굴할 수 있는 양은 400만t. 원자로 노후화로 플루토늄을 자체 조달하기 어려워지면서 자연스럽게 천연 무기재료로 눈을 돌린 것이다.
지난해 STEPI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은 파키스탄에서 원심분리기 20여 개와 설계도를 들여왔고, 원심분리기 2,600개를 만들 수 있는 고강도 알루미늄 150t을 수입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우라늄탄 핵실험 가능성에 대해 과학계의 시각은 대부분 회의적이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 이춘근 수석대표는 “북한은 아직 무기급 우라늄 농축과 대량생산 단계까지 가지 못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어떻게 감지하나
핵실험을 하면 수많은 방사성원소가 나온다. 바람을 타고 남쪽으로 넘어온 방사성원소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국내에선 북한 핵실험을 확인할 수 있다. 2006년 1차 핵실험 이후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은 스웨덴에서 제논탐지장비를, 한국원자력연구원은 독일에서 크립톤탐지장비를 들여왔다. 핵분열반응에서 나오는 다른 방사성원소들에 비해 제논과 크립톤이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플루토늄탄과 우라늄탄이 폭발했을 때 나오는 방사성원소는 종류별 비율이 다르다. 이를 분석하면 이론적으로는 어떤 폭탄인지 구별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하에서 터져 방사성원소가 공기 중으로 모두 나오지 않거나 바람을 타고 다른 방향으로 날아갈 수도 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국내 데이터만으론 플루토늄탄인지 우라늄탄인지 구분이 거의 불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방사성원소 탐지장비보다 먼저 북한 핵실험을 감지하는 건 지진관측소다. 핵실험을 하면 자연지진과 다른 인공지진 파형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국내에는 기상청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전력연구원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몇몇 대학이 운영하는 지진관측소가 전국에 약 50곳 있다. 중국 7곳과 러시아 1곳의 지진관측소에서도 정보를 받고 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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