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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MB 북방진출의 꿈은 어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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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계성 칼럼] MB 북방진출의 꿈은 어디로

입력
2010.08.04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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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후보로 나를 찾아왔을 때는 햇볕정책에 공감한다고 여러 번 말했다. 그의 말대로 실용적인 사람으로 알고 대세에 역행하지 않을 것으로 믿었는데 내가 잘못 본 것 같았다. 나라와 국민을 위해 가장 보편적인 길을 찾는 것이 실용일진대, 그는 실용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는 것 같았다." 서거 1주기(18일)를 앞두고 지난 주 발간된 에서 김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기의 이명박 대통령에 대해 실망을 토로한 대목(2권 565쪽)이다.

이 대통령 취임 후 1년이 지난 시기의 심정을 밝힌 부분에서는 "그 동안 너무 많은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이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대한 철학이 없다"고 비판했다(2권 581~582쪽).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개선에 심혈을 기울여왔던 그인 만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남북관계가 악화일로를 치닫는 것에 안타까움과 분노가 컸을 것이다.

원대한 '한민족 21세기 비전'

김 전 대통령 눈에 비친대로 이 대통령은 후보시절에만 햇볕정책에 공감하는 척했을 뿐이고 남북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철학이 없는 것일까. 이 대통령이 자서전 에서 개진한 북방 진출론을 보면 꼭 그렇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초선의원 시절인 1995년에 쓴 이 자서전은 주로 현대그룹에 입사해 고 정주영 회장과 함께 수많은 신화를 이뤄냈던 시절의 얘기다.

자서전의 마지막 장 '북방에 미래가 있다'는 현대건설 회장으로서 1989년부터 1991년 구 소련이 해체되기 전까지 시베리아 연해주 지역 진출 협상 과정을 담고 있는데 우리나라가 왜 북방으로 가야 하는지, 그것도 북한과 함께 가야 하는 이유를 설득력 있게 전개한다.

특히 연해주와 두만강 유역 개발로 중국 동북 3성, 러시아 극동지역, 남북한의 한반도가 연결되면 중ㆍ러 지역에 살고 있는 우리 동포들의 새로운 경제중심지가 될 뿐 아니라, 동북아 경제권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게 될 것이라고 본 것은 당시로서는 매우 진취적인 발상이었다. 자원과 내수기반이 부족한 우리나라, 한민족의 21세기 미래 비전을 북방 진출에서 찾은 것이다.

그에 앞서 남북경협이 중요하고, 남북경협은 우리가 북한을 일방적으로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남과 북이 같이 발전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DJ의 포용정책 기조와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고임금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의 북한 진출 효과를 거론하고,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연결해 유럽, 인도, 중동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실크로드 개척도 주장했는데, 모두 나중에 김대중,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던 정책들이다.

당시 이 대통령은 정주영 회장과 함께 시베리아의 야쿠티야 공화국을 방문해 헬기를 타고 연일 아침부터 밤 12시까지 가스전 석탄광 금광 다이아몬드광을 답사했다. 현지 관리들도 혀를 내두른 강행군이었다. 매장량이 60억톤이나 되는 그곳의 가스전을 개발해 3,800㎞ 떨어진 우리나라에 육로로 들여오는 구상도 했다. 시베리아와 연해주의 무진장한 자원을 육로를 이용해 들여오면 그것은 바로 우리나라에서 나는 자원이나 다름 없다는 것이 이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이 대통령의 강점을 살려야

그런 구상과 비전을 가졌던 이 대통령이니 연해주와 시베리아 개발 참여를 통해 한민족의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는 일이라면 그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다. 그러나 이 대통령이 시베리아와 연해주에서 꾸었던 장대한 꿈은 북한에 가로막혀 있다. 북한을 통하지 않으면 북방으로 나아가지 못한다는 것은 이 대통령 자신이 더 잘 안다.

물론 북핵이 장애물이라고 한다.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0년 내에 북한 주민의 1인당 소득을 3,000달러로 늘려주겠다는 것이 핵심인 '비핵개방 3,000'에는 북방 진출 구상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장애물이 저절로 사라지기를 기다리는 것은 이 대통령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자서전 에는 불가능할 것 같았던 장애물들을 물리치고 성공을 이뤄낸 사례들이 수두룩하다. 그런데 이 대통령의 가슴 속에 아직 북방진출의 꿈이 아직 살아 있기는 할까.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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