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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사 표절과 기자 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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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기사 표절과 기자 윤리

입력
2010.08.04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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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인터넷기업 구글을 뉴스 도둑으로 몰아세워 온라인뉴스 유료화에 성공을 거둔 미디어 황제 머독은 최근 백악관을 향해서도 포문을 열었다. 뉴스클리핑 전문회사를 통해 백악관에 제공되는 월스트리트 저널 뉴스에 대하여 기존 연간 사용료를 10만 달러에서 60만 달러로 증액하지 않으면 뉴스 제공을 끊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진실 저버리는 배신행위

온라인뉴스에 관한 저작권분쟁은 우리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신문 판매부수에 악영향을 미치는 온라인뉴스의 무단 복제ㆍ 전송 행위에 대하여 법원은 기사 한 건당 대략 10만 원 내의 정액제 판결을 내리고 있다.

그런데 모든 기사가 저작권으로 보호되는 것은 아니다. 연합뉴스와 기사 사용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무단 전재한 모 언론사 사건에서 대법원은 독창적이고 개성 있는 표현 수준에 이르지 않고 '단순히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보도'정도에 그친 것은 저작권 보호대상에서 제외된다는 판결을 내린 적이 있다. '기자의 주관적 의견을 넣지 않고 어떤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는 기사', 이른바 스트레이트 기사는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저작권 보호대상이 아닌 스트레이트 기사라 하더라도 출처 표시 없이 자기 것인 양 가져다 쓰면 표절이라는 비난까지 피할 수는 없다. 한국신문윤리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타 언론사 보도 표절 등 출판물의 전재와 인용 의무 위반으로 2009년 188건, 2008년 466건, 2007년 500건이 심의결과 제재를 받았다고 한다. 물론 이 수치는 심의에 올라와서 결정된 것 만이니 실제는 그보다 훨씬 많을 것이다.

7년 전 뉴욕 타임스의 블레어라는 기자가 취재현장에 가지도 않았으면서 휴대폰과 랩톱 컴퓨터만으로 마치 간 것처럼 속여 기사를 쓰고 타사 기사를 표절한 사건이 있었다. 뉴욕 타임스는 철저한 조사 끝에 무려 7,239 단어의 장문의 사과 기사를 1면에 실었다. 이 기사에서 뉴욕 타임스는 152년 역사상 가장 밑바닥으로 떨어졌다고 처절한 자성을 하였다. 이후 블레어는 사임하였고 편집국장도 해고되었다.

신문 지면의 특성상 다른 신문이나 저술물에서 나온 아이디어나 표현을 가져다 쓰면서 그 출처를 대기란 쉽지 않다. 칼럼을 포함한 신문기사에서 출처를 밝히면 간결성을 해쳐 기사 작성의 원칙에 위배되고, 밝히지 않으면 표절이라는 비난을 면할 수 없는 딜레마에 처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처를 밝히지 않으면서도 표절을 피하여 기사 작성하는 것을 아주 이상적이지만 영원히 도달할 수 없는 '성배(Holy Grail) 찾기'에 비유하기도 한다. 그러나 어렵다고 해서 거리낌 없이 가져다 쓰면서 자기 것인 양 하는 것을 옳다고 할 수는 없다.

뉴욕 타임스는 블레어 사건에서 기사 표절을 심각한 배신행위로 규정하였는데 이는 블레어가 저널리즘의 핵심 가치인'진실(truth)'을 저버렸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최근 유례없는 독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마이클 샌델의 라는 책에서 나는 엉뚱하게도'정의'보다 '진실'을 읽었다. 저자는 자신의 하버드 대학 강의를 채록한 이 책에서 자신의 주장에 신뢰를 부여하기 위해 수많은 근거자료를 미주로 제시하였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미주 중 상당수가 월스트리트 저널과 뉴욕 타임스 등 신문기사라는 점이다. 저널리즘과 아카데미즘의 합류점에 '진실'이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철저한 진실 추구의 직업윤리

아침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면서 펼쳐보는 신문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행복이다. 매일 아침 식탁에 행복을 배달해 주는 신문과 기자들에게 한없는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갖는다. 독자들이 갈 수 없는 곳에 그들은 때로는 목숨을 걸고, 때로는 법적 책임을 감수하면서 뛰어들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전제가 있다. 진실에 대한 철저한 추구와 검증이라는 직업 윤리가 그것이다.

남형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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