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사태와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이어지면서 중국 내 ‘혐한(嫌韓) 기류’가 더욱 거세지는 분위기다. 중국이 최근 들어 한미연합 훈련 대응 성격으로 서해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계속해온 데 이어 한국에 대한 중국인의 강한 반감도 여과 없이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4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의 자매지인 환추시바오(環球時報)는 “한국을 힘으로 제압할 것인가, 아니면 설득해 중국 편으로 끌어들일 것인가”란 자극적인 제목의 인터넷 설문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네티즌 2만3,499명 중 무려 94.5%가 “한국을 힘으로 제압해야 한다”는 쪽을 선택했다. 대신 “설득해 중국 편으로 이끌자”는 유화적인 의견을 보인 네티즌은 5.5%인 1,244명에 그쳤다.
환추시바오는 설문결과에 대해 “천안함 사태 이후 한국 정부와 언론이 중국에 대한 비판을 계속했고, 서해 군사훈련을 두고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며 “중국 네티즌의 한국에 대한 반감이 커지고 있으며 이것이 이번 조사결과에 반영된 것이다”고 보도했다. 환추시바오는 지난 3월에도 “한국정부가 중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기준을 완화한다면 한국을 방문할 것인가”란 설문조사를 진행, 이 때에도 3,881명의 응답자 중 84%인 3,256명이 “한국에 갈 생각이 없다”는 부정적인 답을 내놓은 결과를 보도했다.
환추시바오의 홈페이지에 남겨진 중국인들의 답글도 “한국의 배후에 미국이 있으니 중국과 조화를 이룰 수 없다”, “한국은 중국의 국익에 손해를 안겼다”, “한국인의 불량한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한국에 가지 않겠다”등 한국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주를 이룬다.
한편 인민일보는 4일자에 “천안함 관련 한국정부 조사결과에 대한 의혹이 적지 않다”는 내용의 중국 국무원 천샹양(陣向陽) 연구원의 기고를 실었다. 그 동안 환추시바오와 달리 천안함 관련 기사를 싣지 않았던 인민일보의 이 같은 기고 게재는 이례적인 것으로 “한국정부의 천안함 조사결과를 중국이 수용하기 힘들다”는 입장 대변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이 천안함 사태 이후 대북 제재를 끌어내는 과정에서 미국과의 동맹 강화라는 ‘외교적 열매’를 얻었지만, 반대로 중국과의 관계 악화라는 커다란 부담을 안게 됐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다.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달으면서 한국은 미국에 기울었고, 이러한 과정의 부산물로 중국 내 ‘혐한기류’가 거세졌다는 것이다. 일부 외교전문가들은 “한ㆍ미-북ㆍ중의 대결구도가 이어지면서 한반도에 신냉전 분위기가 굳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많다”고 말하고 있다.
베이징=장학만특파원 loca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