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고가 6-3으로 앞선 9회말 수비. 1회 선발 황인준을 구원 등판해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투수 양현(18ㆍ3년)이 아웃카운트 3개만 더 잡아내면 이번 대회 최대 이변을 연출하는 순간이었다.
양현은 연속안타에 이어 폭투와 적시타로 2점을 내주며 흔들렸다. 그러나 양후승 대전고 감독은 양현을 밀어붙였다. 크게 심호흡을 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양현은 2사 2루 동점 위기에서 휘문고 4번 박가람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양현이 4일 수원종합운동장 야구장에서 열린 제4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휘문고와의 1회전에서 ‘완투급’역투로 팀을 2회전에 올려 놓았다. 1회 시작하자마자 에이스 황인준이 무사 만루 위기를 맞자 양감독은 지체없이 ‘2선발’양현을 투입했다. 양현은 수비 실수로 2실점을 했으나, 이후 안정을 찾고 9회까지 쉴새 없이 공을 뿌렸다. 1회 무사에서 구원 등판해 성적은 9이닝 7피안타 2볼넷 3실점(1자책). 아쉽게도 공식 기록상 완투승은 될 수 없었다.
사실 양현의 야구 재능은 형에게서 물려 받았다. 그의 형은 바로 한화의 특급 불펜 투수 양훈(24). 형은 빠른 공을 주무기로 타자를 윽박지르는 정통파인 반면 양현은 제구력으로 승부하는 잠수함 투수. 양현은 “초등학교 때 키가 갑자기 커서 사이드암 투수로 진로를 결정했다”면서 “형과 같은 팀에서 뛰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양현은 “형과는 자주 통화하고, 만나서 밥도 먹으면서 여러 가지 조언을 듣고 있다”며 “내 투구 스타일상으로는 SK 정대현 선배님처럼 되는 게 꿈”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수원=성환희기자 hhsung@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