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미군의 이라크 전투 임무를 이달 말까지 종료하기로 한 방침을 재확인 했지만, 이라크의 현실은 미국이 부담 없이 손을 털고 나올 정도로 만만해 보이진 않는다. 지난 3월 총선 이후 5개월 가량 지속된 정치 공백으로 7월에만 535명(2008년 5월 이래 최고치)이 희생됐을 정도로 이라크는 여전히 ‘전시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3일에도 남부 쿠트시(市)를 비롯한 이라크 곳곳에서 무장단체의 테러가 이어져 42명이 사망했다. 바그다드 남쪽으로 160㎞떨어진 쿠트 중심가 시장에서 이날 오후 5시 30분께 차량에 설치된 폭탄 2개가 동시에 터지면서 33명이 현장에서 숨졌고 55명이 다쳤다. AFP통신은 “쿠트 지역에선 2003년 이라크 전 발발 이후 단 한 차례도 이 같은 테러가 일어나지 않았다”며 미군이 ‘전투임무 종료’를 선언할 정도로 이라크 치안이 확보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AFP는 테러를 목격한 현지 통신원의 말을 인용해 “불과 10여 미터 떨어져 주차된 두 대의 차에서 폭발이 동시에 일어나 도로는 순식간에 피로 뒤덮였다”며 “시신 대부분은 장을 보러 나온 부녀자와 어린이들이었다”고 전했다.
쿠트시 테러에 앞서 이날 오전 5시 30분엔 바그다드 만수르 인근 검문소에서 알 카에다 조직원들이 소음기가 달린 총으로 현지 경찰 5명을 사살했다. 이들은 현장에 이라크 알 카에다를 의미하는 ‘이라크이슬람국가(ISI)’의 상징인 검은 깃발을 꽂아 놓는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의 철군 판단과 달리 이처럼 이라크의 치안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 대해 외신들은 우려 섞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AP통신은 4일 ‘오바마의 위험한 철군 결정’이란 제하의 해설기사를 통해 “이라크 치안불안을 부추길 뿐 아니라 새 정권 출범에 있어 이란의 개입 가능성을 키워줄 우려가 있기 때문에 미군의 철군 스케줄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최근의 상황에 비춰봤을 현지에 남게 될 비 전투 미군은 불안감을 떨칠 수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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