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서류로만 존재하는 100세 이상 고령자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지만 이웃은 물론 가족조차 이들의 행방을 알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장수하고도 친족에게마저 버림 받고 고독하게 죽음을 맞는 일본 고령자의 현실이 엿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쿄(東京) 스기나미(衫竝)구에 주민등록 돼 있지만 실제 살지 않은 113세 도쿄 최고령자 후루야(古谷) 후사씨. 주민등록상 동거인 딸(79)은 1986년 모친과 함께 살던 지바(千葉)현에서 혼자 도쿄로 왔다고 밝혔다. 딸은 모친에 대해 “지바현에서 남동생과 함께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그 동안 연락한 적이 없어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후루야씨와 함께 살고 있어야 할 지바현의 남동생 거주지는 이미 건물이 철거돼 공터로 변해 있었다. 다른 곳에 살고 있는 이 남동생은 “어머니는 20, 30년 전에 집을 나갔다”고 말했다. 스기나미구는 도쿄에 살고 있는 다른 딸에게도 후루야씨의 행방을 물었지만 “가족들과 연락 않고 지낸 지 40년 정도 됐다. 어머니가 어디 사는지 모른다”는 답만 들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에 따르면 홋카이도(北海道) 이와미자와(岩見澤)시에서는 올해 100세가 되는 여성의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다. 민생위원이 주소지를 방문했지만 동거해야 할 가족은 “여기에 없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모른다”는 말만 거듭했다. 앞서 도쿄 아다치(足立)구에서는 111세의 도쿄 최고령 남성으로 알려졌던 가토 소겐(加藤宗現)씨가 30여년 전 자택 자신의 방에서 숨졌는데도 가족이 미이라 상태로 방치해 충격을 안겼다.
교도(共同)통신 집계에 따르면 4일 현재 일본 전국에서 서류상 100세를 넘었지만 행방을 알 수 없는 사람은 모두 26명에 이른다. 일본의 100세 이상 고령자는 지난해 9월 1일 현재 4만399명.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주오(中央)대 교수는 “초고령화로 부모와 자식이 함께 나이가 많아진데다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가족끼리 안부를 확인하는 지역 기능이 거의 붕괴했다”고 지적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도쿄=김범수특파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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